프랑스에 와인이 있다면 벨기에에는 맥주가 있다. 맥주의 천국이라 불리는 벨기에는 180여 개 양조장에서 800개 이상의 브랜드의 맥주가 생산되고 있으며, 매해 1인 맥주 소비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벨기에는 유럽의 맥주 강국들이 형성하고 있는 ‘비어 벨트’에서도 오랜 맥주 주조 역사와 다양한 종류의 맥주, 독특한 맥주 문화를 바탕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을 맞아 더 맛있고 더 흥미진진한 맥주의 신세계, 벨기에 맥주를 즐겨보자.
벨기에 맥주, 이것만은 알고 마시자!
벨기에가 풍요로운 맥주 문화를 자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세시대, 수도원에서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던 오랜 역사적 배경이 밑바탕이 되었다. 1516년 독일의 빌헬름 4세가 ‘맥주순수령(보리, 홉, 물 이외의 원료를 사용할 수 없는 규제)’을 선포하고 맥주 고유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반면에 이런 규제가 없었던 벨기에에서는 사람의 주거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더해 맥주를 빚기도 하고, 약초나 허브, 과일 등을 사용하여 맛을 내기도 했으며, 계절맥주도 만드는 등 다양한 맛의 맥주를 개발할 수 있었다.
벨기에의 고유 맥주는 크게 6가지로 구분된다. 오랜 역사를 지닌 벨기에 고유의 '수도원 맥주(Trappist Beers)', 계절맥주 '새송(Saison)'과 호가든으로 유명한 밀 맥주 '화이트비어(White Beer)', 비엔나 몰트를 사용해 시큼 달콤한 '레드 비어(Red Beer)', 맥주의 원형과 가장 가까운 천연맥주 '람빅(Lambic)', 알코올 도수가 10도를 넘는 '스트롱 에일(Strong ale)'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맥주가 존재한다.
벨기에 맥주 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전용잔이다. 벨기에 맥주 가게에서는 진열장마다 가득 놓여진 맥주 전용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전용잔은 맛과 향, 온도, 거품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디자인되는 만큼 맥주의 맛을 더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벨기에에서는 맥주 맛의 완성은 전용잔이라고 생각해 전용잔이 없으면 맥주를 판매하지 않기도 한다.
# 꽉 채워서 한 잔! 벨기에 대표 맥주 Top3
설명이 필요 없는 벨기에 대표맥주, 호가든(Hoegaarden)
벨기에의 맥주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호가든은 15세기경, 벨기에 브뤼셀 동쪽에 위치한 호가든 지방 수도사들의 주조법에서부터 유례를 찾을 수 있다. 호가든은 벨기에의 대표적인 화이트 에일 맥주로, 국내 프리미엄 맥주 중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맥주이다. 호가든에는 밀, 보리 맥아, 코리앤더(coriander)씨와 말린 큐라소(curacao) 오렌지 껍질이 들어가 독일의 밀 맥주와는 다른 향긋한 풍미를 지닌다. 호가든은 마실수록 입안을 감아 도는 오렌지 껍질의 산뜻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느껴지며, 특유의 구름거품으로부터 풍겨나는 매혹적인 향은 입안에 머물며 새롭게 감각을 일깨워준다.
호가든 특유의 부드럽고 풍성한 맛과 향을 100% 즐기고 싶다면 호가든의 전용잔이 빠질 수 없다. 호가든 육각글라스는 아래로 갈수록 두껍게 제작되어 맥주의 시원함을 오랫동안 유지시켜주며, 글라스의 넓은 입구는 매혹적인 오렌지 향을 더욱 풍부하게 퍼지게 해주고 구름거품을 유지시켜준다. 전용잔에 2/3 정도 호가든을 따른 후, 병을 한 바퀴 돌려 병 속에 남아있는 효모를 활성화 시킨 다음 글라스에 새겨진 로고의 위치만큼 거품을 내어 따라 마신다. 거품 위에 천천히 나머지 맥주를 따르면 풍성한 구름거품을 형성해 호가든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세계 4대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스텔라 아르투아는 600년의 전통을 가진 필스너 라거맥주로 1366년 벨기에 동남쪽의 맥주 마을로 불리는 루벵(Leuven)에서 처음 생산되었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한 ‘축배’로서 탄생했다.
전 세계 프리미엄 4대 맥주로 손꼽히는 스텔라 아르투아는 2014년에는 유럽 프리미엄 맥주 중 브랜드 가치 성장률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 맥주로 선정되었으며, 칸 영화제와 윔블던 테니스 대회의 공식맥주로 잘 알려져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기분 좋은 쌉쌀한 맛과 청량한 끝 맛이 어우러져 다른 유럽 라거들과 차별화되는 필스너 맥주이며, 성배 모양의 시그니쳐 전용잔인 챌리스에 서빙될 때 스텔라 아르투아의 아름다운 금발 맥주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스텔라의 전용잔은 ‘성배’라는 뜻의 챌리스로, 맥주의 풍미를 활성화시켜주고 거품을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특별히 제작되었으며, 9단계에 걸친 음용법에 따르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수도원 맥주의 깊은 맛, 레페(Leffe)
레페는 1204년 디나우트 지역의 노트르담 수도원에서 처음 제조된 맥주로 역사가 길다. 벨기에 맥주 가운데 수도원과 관련이 있는 맥주는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와 '애비 맥주(Abbey beer)'의 2종류가 있다. 트리피스트 맥주는 수도원의 수사들이 직접 만드는 반면, 애비 맥주는 맥주회사가 수도원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얻어 만드는 수도원 맥주를 말한다. 이러한 맥주들의 라벨에는 벨기에어로 '수도원'을 의미하는'에비(Abbaye)'또는 '아브데이(Abdij)'라는 문자가 들어 있어 라벨만 봐도 수도원 계 맥주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레페의 로고도 그 역사가 시작된 노트르담 드 레페(Notre Dame De Leffe) 수도원 성당 탑의 스테인드글라스 문양을 본뜬 것이다. 레페는 중세기 수도사들의 양조기술과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여 구운 맥아의 은은한 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흑맥주, 레페 브라운과 씁쓸한 끝맛이 부드럽게 감도는 맥주, 레페블론드가 있다. 레페의 풍부한 거품은 마치 카푸치노가 연상될 만큼 부드럽다. 레페의 전용잔 고블릿(Goblet, 받침이 달린 잔)은 예수님이 마지막 만찬에서 사용했던 성배모양의 본 떠 만든 디자인으로 유서 깊은 벨기에의 전통이 깃들어 있으며, 신성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레페를 마시는 모든 사람들의 영생을 바라는 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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