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후 달러보험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보험료 납부와 보험금 수령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이 상품은 추후 원화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려갈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은행 창구에서는 장기적으로 제로(0) 금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원화값과 금리가 모두 올라가면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채널에서 달러보험이 총 5135억원어치 팔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작년 연간 판매액인 9605억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
달러보험은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이다.
가입자는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만기에 달러로 보험금을 받는다.
달러로 입금해야 하다 보니 최근처럼 달러당 원화값이 강세일 때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16.3원 오른 1358.7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를 마쳤다.
지난 4월 초 기록한 올해 최저치(1484.1원)에 비해 8% 이상 원화값이 상승했다.
이 상품은 채권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금리가 내려갈수록 중도 해약 환급금이 많아진다.
일례로 시중은행에서 인기가 많은 한 외국계 보험사의 연이율이 5.43%인 달러보험은 10년 후 환급률이 160%에 달한다.
10만달러를 냈을 때 10년 후 보험금으로 16만달러를 수령하는 식이다.
만기까지 기다리면 공시이율과 상관없이 환급금이 동일하지만, 중도 해지 시 해약 환급금은 이자율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가입 1년 후 공시이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10만6100달러 상당을 중도 해지 환급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금리가 그대로 유지됐을 때보다 9000달러가량 많다.
반대로 1년 후 공시이율이 가입했을 때보다 1%포인트 오르면 받을 수 있는 중도 환급금이 9만200달러 수준이라 금리가 그대로 유지된 경우보다 약 8000달러를 손해 보게 된다.
시중은행에서는 달러예금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11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85조2864억원으로 4월 말 78조3742억원에 비해 9%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원화예금 잔액이 2%가량 불어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4배 빠르다.
원화예금의 인기가 정체 상태인 데 비해 달러예금이 주목받는 건 양국 기준금리 차이 때문이다.
현재 주요 은행에는 12개월간 예치했을 때 연 4% 이상의 금리를 주는 달러예금이 다수 존재한다.
금융권에서는 달러보험의 인기와 관련해 불완전판매를 우려하기도 한다.
달러보험은 중도 해지 시 공시이율이 높아지면 가입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연 5.43% 금리로 10년납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1년 후 공시이율이 1%포인트만 올라도 중도 해지 환급률이 90%에 불과하다.
은행에서 가입한 상품이기 때문에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중도 해지에 따른 원금 손실이 없다고 예상했다면 당황할 수 있다.
또 만기 시점에 원화값이 큰 폭으로 움직이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보험료를 납입할 때에는 원화값이 강세인 것이 좋지만, 보험금을 수령할 때는 달러값이 강세인 것이 가입자에게 유리해서다.
만약 만기 시 원화값이 치솟아 있다면 원화로 받게 되는 보험금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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