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혜택은 없애고 돈 빌려가란 전화만”...소비자 지갑만 바라보는 카드사 왜?

카드사 vs 가맹점 이견차에
가맹점 수수료 협상 공회전
비용 감축, 카드혜택 축소로

카드 관련 CG.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4년 동안 매일같이 사용하던 신용카드가 갑자기 단종된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과 관계없이 간편결제 건에 대한 적립금을 줘 A씨를 비롯한 많은 소비자들에게 ‘혜자카드’로 사랑받던 인기상품이었다.


주부 B씨는 최근 집요할 정도로 잦아진 카드사의 카드론 영업 전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주로 쓰던 해당 카드사 신용카드의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3개월로 축소된 데 이어 대출 전화 폭탄까지 겪자 B씨는 주거래 카드사를 갈아타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 고민에 빠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선을 위한 협의가 수년째 답보하자 그 후폭풍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2년 2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2년을 넘긴 현재까지도 뚜렷한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을 바탕으로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하는 절차다.

2012년 이 제도 도입 이래 4차례 수수료 조정으로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는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각각 낮아졌다.

수수료가 인상된 적은 한번도 없다.


올해는 가맹점 수수료가 조정되는 3년 주기 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 않아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카드 관련 이미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관련 제도 개선이 지지부진한 주원인으로 가맹점과 카드사간 팽팽한 입장차가 꼽힌다.

가맹점들은 소매점 카드 결제 비율이 95%를 넘어서며 카드 수수료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다보니 수수료율 인하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는 고금리로 경영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무리한 비용절감과 소비자 혜택 감축을 부추긴다며 수수료율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제도가 “사실상 수수료 인하를 위한 명분”이라고 비판하며 해당 제도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가맹 수수료 개선 작업 지연은 카드사의 수익 축소와 더 나아가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약 23%다.

카드사 수수료 수익 비중은 2010년 60%대에 달했지만 2018년 30%대로 대폭 줄어들었고 매해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본업 주요 축 중 하나였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성이 떨어지자 카드사들은 카드론 영업을 강화하고 각종 소비자 우대 혜택을 축소하는 등 비용절감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전업 카드사 8곳(BC카드 포함)의 단종 카드는 총 458종(신용 405종·체크53종)이다.

전년(116종)보다 4배가량 급증하며 역대 제일 많았다.

이 중 공과금·통신·주유·카페 등 일상 다방면의 생활비를 할인을 제공해 ‘알짜카드’로 여겨지던 카드들이 대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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