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反이스라엘 확산에 … 바이든 이어 하원의장까지 '흔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들이 1일(현지시간) 캠퍼스 밖에서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던 학생 수백 명을 체포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는 가운데 하원에서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별도로 통과시킨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탄핵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하원의 민주당·공화당 의원들은 존슨 의장의 탄핵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반유대주의를 단속하지 않은 대학에 예산 지원을 끊을 수 있는 '반유대주의 인식법'을 승인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이스라엘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침묵을 지키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어디에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공화당)이 같은 정당 소속의 존슨 의장 축출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그린 의원이 "다음주에 존슨 의장 해임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존슨 의장은 "해임 결의안 표결은 하원에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며 사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공화당의 대표적 강경파인 그린 의원을 자극한 것은 지난달 존슨 의장 주도로 진행된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대만 지원 등을 한데 모은 950억달러(약 131조원) 규모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미국 상원을 통과했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공화당 강경파들의 반대로 하원에서 막혀 있었다.

존슨 의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들 지원안을 별도 법안으로 나눠 하원을 통과시켰다.


그린 의원의 존슨 의장 축출 시도에 여야 모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존슨 의장과 함께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의장 축출 시도가 있을 시 존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액시오스가 전했다.

지난해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 축출을 주도한 공화당 소속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NBC를 통해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가에서 가자전쟁 반대 시위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하원에서 '반유대주의 인식법'을 승인했다고 UPI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미 교육부가 학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 법규를 집행하는 데 있어 국제홀로코스트추모연맹(IHRA)의 반유대주의 정의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마이클 롤러 공화당 의원은 "캠퍼스의 반유대주의 척결을 거부하는 학교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단을 교육부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반유대주의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 대학에 연방정부 예산 지원을 끊을 수 있는 권한을 교육부에 부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을 적극 공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워키쇼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바이든은 어디에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나가서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상의해야 한다.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바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전했다.

시위와 관련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가진다"며 "소수 학생이 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믿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일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는 박물관에서 반유대주의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어서 이번 시위 사태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캠퍼스 시위대에 침묵하며 개입에 지나치게 신중했다"며 "시위가 더 불안정해지고 다른 민주당 당원들이 비판하면서 그에게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규탄한다"며 한 차례 입장을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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