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이후 잔금 납부 막힌 피분양자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전세 내놔
강남3구 중 서초구 전셋값 하락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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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단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6·27 대출 규제가 서울 상급지 전세시장까지 퍼지는 모습이다.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매입)를 통해 상급지에 진입하려던 매수자들이 대출 규제 이후 분양 잔금 납부가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금을 하향 조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3월 마지막 주(-0.01%)부터 지난주(-0.15%)까지 석 달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강동구 등 동남권을 통틀어 최근 전셋값이 하락한 곳은 서초구가 유일하다.
여기에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서초구 전세 시장에도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84㎡ 전세는 현재 14억∼15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 단지인 ‘메이플자이’는 총 3307가구 규모의 대형 단지로 반포·잠원권 핵심 아파트로 기대를 모아왔다.
이에 따라 불과 한두 달 전 84㎡ 전세 호가가 18억∼19억원에 형성됐지만 초강력 대출 규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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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전세 매물 안내문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서초구는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상 신규 분양 아파트는 거래 허가 대상이 아니다.
새 아파트 분양 계약자는 토허구역 내에서 자신이 입주하지 않고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된 상태여서 3년 이내에 분양 계약자가 실거주해야 하는 점이 변수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지 않고 내놓은 전세 물건의 상당수는 보증금을 받아 분양 잔금을 내려는 목적이 많다”며 “규제 시행 이전에 체결된 전세 계약은 큰 문제가 없지만 최근 들어 임차인이 대출을 받아도 그 자금을 분양 잔금으로 돌릴 수 없게 되면서 집주인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체결되는 전세 계약은 임차인이 전세 자금을 대출받는 경우 그 보증금으로 집주인의 분양 또는 매매 잔금 납부가 금지되자 현금 흐름이 원활한 임대인을 위주로 전세가를 낮춰주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메이플자이’는 초대형 단지임에도 입주 기간이 다음 달 28일까지로 두 달이 채 안 돼 전셋값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전셋값을 1억원 정도는 낮춰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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