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로마황제처럼 행동해”...트럼프 직격한 노벨상 수상자, 비자 취소

오스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美 추방 이민자 수용 정책 ‘복종적’ 규탄
“보복으로 나를 침묵하게 만들 수 없어”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로마 황제에 빗대어 공개 비판한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


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올해 84세인 오스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이날 산호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로부터 내 입국 비자를 정지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비자 취소가 일종의 보복의 산물인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내 생각을 말하고 글로 쓰기 때문”이라며 “누군가 보복을 통해 나를 침묵시키려 한다면, 당연히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리아스 대통령의 비자 취소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잇달아 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4일 페이스북에 로드리고 차베스 현 코스타리카 정부가 미국에서 추방된 제3국 이민자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복종적”이라고 규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리아스 대통령은 “작은 나라(코스타리카)가 미국 정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대통령이 로마 황제처럼 행동하며 전 세계에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트럼프와 JD 밴스 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 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모욕하고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비판자가 미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그리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코스타리카의 대통령이었다.

그는 1980년대 중·미 갈등을 종식하기 위한 협상에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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