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표현의 자유와 관세 무관” 항변에도
기소된 英 과학자 “美 정부 관심에 감사”
反유대 찍히면 대학 보조금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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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토시치-볼트는 지난 2023년 본머스 임신 중절 병원 외부의 완충 지대를 침범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데일리메일 |
미국이 ‘돈’을 무기 삼아 대내외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에서 발생한 낙태 이슈 사건을 두고 미국이 이를 무역 협상과 연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세 부과를 두고 치열한 물밑 접촉을 하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언론의 자유 없이는 자유 무역도 없다”고 경고했다고 텔레그래프는 1일(현지시간) 무역 협상에 정통한 익명의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너선 레이놀즈 산업통상장관은 이날 타임스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이 과거 이에 대해 말한 바 있지만, 내가 참여하는 무역 협상의 일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그는 BBC라디오에도 “표현의 자유가 무역 협상에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며 “이 같은 우려는 무역 협상을 맡은 미국 상무부가 아닌 국무부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은 지난달 30일 엑스(X)에 “미영 관계는 인권과 기본 자유에 대한 상호 존중을 공유한다”며 “그러나 (J D) 밴스 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영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한다”고 썼다.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과 백악관 미영 정상회담에서 연이어 ‘언론의 자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이슈는 2년 전 영국에서 낙태 반대 시위로 기소된 한 은퇴 과학자의 시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퇴한 의학자이자 낙태 반대 운동가인 리비아 토시치-볼트는 2023년 3월 본머스의 한 시술소 인근에서 “원한다면 여기서 이야기해요”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지방 정부에 지정 구역 내 반사회적 행위를 제한할 권한을 주는 법 규정인 공공장소 보호 명령(PSPO)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PSPO는 임신중절 시술소 인근을 ‘완충지대’로 정해 임신부를 괴롭히거나 방해하려는 행위를 제한하는 데도 쓰여 왔다.
이를 두고 국무부는 “DRL 고위 보좌관 샘 샘슨이 임신중절 시술소의 완충지대에서 대화를 제안한 혐의로 기소된 토시치-볼트를 면담했다”며 “우리는 이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적었다.
낙태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임신과 피임, 난임 치료 등 가족계획을 돕기 위한 연방정부 보조금 수천억달러의 지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4일 판결이 예정된 가운데, 토시치-볼트는 “미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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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프린스턴대에 학생들이 거닐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대학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프린스턴대가 연방정부 지원금 중단 통지를 받았다.
크리스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이날 학생과 교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 연방정부 기관들로부터 수십 종의 연구 지원금에 대한 종료를 통지받았다고 전했다.
보수적 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 삭감을 휘두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연방정부로부터 지원금이 중단됐거나 중단 위협을 받은 것은 아이비리그 대학 중 프린스턴이 펜실베이니아대, 하버드대, 컬럼비아대에 이어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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