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닉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국장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재평가’ 강조
트럼프 협상의 본질은 ‘합리적 결과’
이를 위해 상대를 극단적으로 위협
트럼프 압박 후 나토 오히려 확대돼
우크라 중재자 역할의 불가피성 환기
“푸틴을 악마화하며 협상 진행 불가능”
“백악관 사건, 매복 아닌 우크라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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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전세계에 생중계되며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모습. <AFP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에서 쓴 것처럼 그의 협상 방식은 결국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하려는 의도로 극단적인 위협과 요구를 하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첫발인 ‘30일 휴전안’ 마련에 나서면서 “트럼프가 동맹의 가치를 무시하고 독재 리더들과 손잡았다”라는 주류적 비판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국장을 맡고 있는 매슈 크로닉은 12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FP)에 ‘결과를 만드는 트럼프 수사(Rhetoric)’라는 글을 올리고 세계 지정학 질서를 통째로 흔들고 있는 트럼프 2기 행보에 대한 재해석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 휴전안’을 합의해 러시아의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점을 지목하며 “유럽과 우크라이나 안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점검하고 그 기록을 바로잡야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지난 몇 주 동안 민주당과 주류 언론,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집단적 공황 발작(collective panic attack)을 일으켰다며 “이들은 이제 숨을 고르고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와 상징주의에 대한 과민 반응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의 트럼프 2기 노선에 자극받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향후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이 이뤄진다면 유럽 안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2기 노선에 대한 집단적 공황 발작 사례로 △지난달 J.D. 밴스 부통령이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의 가치를 힐난한 연설 △2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미국이 러시아, 북한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점 △28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격론을 벌인 점 △백악관 파행 회담 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 정보와 무기 지원을 중단한 점 등을 거론했다.
이런 일련의 이벤트에 대해 그는 “논평가들은 미국이 러시아 편에 서서 유럽을 버리고 제국주의 외교 정책을 추구하며 독재 국가들과 전지구적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며 전후 국제 질서를 전복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크로닉 국장은 무엇보다 트럼프 2기의 노선이 사상 초유의 행보가 아닌 이전에도 존재했던 것임을 환기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동맹국을 비판하고 푸틴에 대해 유화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결탁해 나토를 해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나토는 스스로 강화됐고 러시아는 약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토 동맹국들은 트럼프 취임 전보다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했고, 새로운 국가들이 나토 동맹에 가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리적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위협과 요구를 하는 반복된 패턴에 대해 “외교정책 관찰자들은 마치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그 의도를 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관점대로 나토보다 러시아 편을 든다는 결론을 내리려면 그간의 외교적 결과물들을 고의적으로 잘못 읽어야 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국들에게 방위비를 증액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나토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최근 몇 주 동안 덴마크, 리투아니아, 영국이 대규모 지출 증액을 발표했고, 유럽연합은 무기 생산과 지출을 촉진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중재 활동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을 악마화하는 동시에 중재자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전에도 논쟁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지난 백악관 회동은 ‘계획된 매복 공격’이 아니었다”라며 중재자에게 부과되는 이중적 부담을 지적했다.
그는 “40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던 백악관 대화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밴스 부통령에게 대러시아 외교의 가능성에 이의를 제기한 바로 그 순간 궤도를 벗어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최우선 외교 과제를 공개적으로 위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당연하게 화를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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