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 ◆
11일 오전(현지시간) 캐나다산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으로 시작된 '관세 재보복 쇼'는 이날 저녁 "관세는 25%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와 함께 막을 내렸다.
비록 실제 관세 부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상대국의 보복 조치에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여실히 보여준 하루였다.
이날 보복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오전 10시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12일부터 기존에 예고했던 25% 관세에 25%포인트를 더한 50%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캐나다가 관세를 내리지 않으면 다음달 2일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도 위협했다.
이는 전날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산 목재·낙농제품 관세 부과에 보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25% 할증을 부과한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이날 오후 1시께 열린 브리핑에서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재보복 선언을 측면 지원했다.
그는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을 두고 "대통령은 미국인의 이익을 대변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옹호했다.
그는 그러면서 "캐나다는 미국산 치즈와 버터에 거의 300%의 관세를 적용하고, 일본은 미국산 쌀에 7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주의를 믿는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가 자신의 SNS 엑스(X) 계정에 온타리오주가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에 부과하던 할증을 중단하기로 밝힌 것은 이날 오후 2시께였다.
포드 주지사는 성명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포드 주지사가 미국과 캐나다 간 경제 관계에 관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할증료 부과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시간여 뒤인 오후 3시께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조치와 관련해 "아마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증시 급락과 관련해선 "시장은 좋았다 나빴다 하겠지만, 우리는 나라를 재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오후 4시께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는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캐나다 관세 롤러코스터'에 마침표를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께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관세가 (경제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그들은 25%든 어떤 관세가 되든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관세는 (25%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업들의 콘퍼런스콜에서 연착륙이 언급된 것은 7차례에 그쳤다.
아직 1분기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분기(170회)나 직전 분기(61회)와 비교하면 연착륙 언급이 확연히 줄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2일 발효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26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트럼프 1기 때 마련된 뒤 적용이 유예됐던 80억유로 규모 관세 패키지의 유예 조치를 다음달 1일 종료하고, 이에 더해 4월 13일 총 180억유로 규모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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