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를 잘 부탁합니다"9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열린 집권 여당 자유당의 신임 대표 선출 행사에서 대표로 당선된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오른쪽)가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와 영국의 통화정책 당국 수장을 지낸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캐나다 집권 여당의 새 대표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맞닥뜨린 자유당 당원들이 '경제통' 카니 전 총재를 맞상대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니 전 총재는 9일(현지시간) 당대표 선거에서 85.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쟁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카리나 굴드 전 하원의장,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을 따돌리고 차기 당대표로 선출됐다.

내각제를 채택하는 캐나다는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최다 의석 정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이에 따라 카니 신임 대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어 캐나다 총리직에 오를 전망이다.

카니 대표는 트뤼도 총리와 협의한 이후 앞으로 며칠 내에 총리로 취임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토론토스타는 카니 대표가 이달 17~18일 무렵 총리직에 정식 취임한다고 전했다.


카니 대표는 이날 첫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준했다.

그는 "우리 경제를 약화하려 시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대표는 "나의 정부는 미국이 우리에게 존중을 보여줄 때까지 우리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부당한 관세 위협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 미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이미 보복 관세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트뤼도 총리는 지난 1월 후임이 정해지는 대로 당대표와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5년 11월부터 9년 넘게 캐나다의 총리직을 수행한 그에 대해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국민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캐나다 선거법에 따르면 정기 총선을 오는 10월까지 치러야 한다.


현직 의원 신분이 아닌 카니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중 조기 총선 필요성을 시사한 까닭에 조기 총선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직 의원이 아닌 그가 법적으로는 총리로 취임할 수 있지만 캐나다 정치 관행을 고려할 때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의원직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카니 대표가 몇 주 안에 조기 총선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카니 대표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2020년 외국인으로 처음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막아냈다.

윌 허턴 영국 사회과학학술원 원장은 알자지라에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중앙은행 총재였다"며 "그는 브렉시트를 자멸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영란은행을 효과적으로 조직해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인이라기보다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카니 대표가 선출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주효했다.



마크 카니 자유당 신임 대표
△1965년 캐나다 출생 △1988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옥스퍼드대 박사 △2003~2004년 캐나다은행 부총재 △2004~2007년 캐나다 재무부 수석부장관 △2008~2013년 캐나다은행 총재 △2013~2020년 영란은행 총재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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