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자유당 새 대표로 뽑혀
“트럼프가 성공하도록 놔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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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간) 집권 여당 자유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후 미소를 지으며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을 자유당의 새 당 대표가 됐다.
캐나다에선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최다 의석 정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이에 따라 카니 신임 대표는 조만간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어 24번째 캐나다 총리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카니 대표는 9일(현지시간) 당대표 선거 결과에서 85.9%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쟁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카리나 굴드 전 하원 의장,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을 누르고 차기 당대표로 뽑혔다.
카니 대표는 이날 첫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우리 경제를 약화하려 시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대표는 “나의 정부는 미국이 우리에게 존중을 보여줄 때까지 우리의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부당한 관세 위협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며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300억캐나다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한 1단계 보복 관세를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앞서 트뤼도 총리는 지난 1월 후임이 정해지는 대로 당대표 및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9년 넘게 캐나다의 총리직을 수행한 그는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국민 불만이 누적됐다.
캐나다는 선거법에 따른 정기 총선을 오는 10월까지 치러야 한다.
다만, 현직 의원 신분이 아닌 카니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조기 총선 필요성을 시사한 까닭에 조기 총선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당내 소식통을 인용해 카니 신임 대표가 몇주 안에 조기 총선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카니 대표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2020년 외국인으로 처음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막아냈다.
정치 경험이 없는 그가 당대표에 낙승한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약 한 달간 상당 부분 면제하기로 한 직후 다시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 상호 관세 카드를 무기로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개월 전만 해도 카니와 같은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강남좌파)’은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는 트럼프에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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