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끊을 절호의 기회”...비틀거리는 숙적 멱살 쥔 미국, 이 나라 끝장낼까

이란의 힘을 구성하는 ‘저항의 축’
이스라엘 공격에 리더 잃고 쇠락
WSJ, “이란, 이스라엘 방어 불가”
고물가·통화가치 폭락에 민심 이반
미국·이스라엘에 역사적 기회 도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최근 며칠 새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핵프로그램 협상 압박을 본격화해 그 배경이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관련 협상과 미·러 간 관계 정상화 등 방대한 외교 협상이 산적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시아파 맹주이자 핵무기 위험 국가인 이란을 상대로 지정학 대치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의 이란은 ‘쥐고 있는 패’가 시원치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권투로 치면 거대한 헤비급에서 왜소한 플라이급으로 군사력과 경제력 모두 추락 중이다.

가벼운 펀치만 날려도 풍전등화인 이란이 K.O.될 가능성을 간파하고 이스라엘과 합세해 숨통을 끊을 태세다.


트럼프의 대이란 셈법은 9일(현지시간) 보수적 성향의 경제지인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에서 여실히 노출되고 있다.


WSJ은 ‘이란은 나약하다.

트럼프는 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편집위원회 사설에서 현 지정학 상황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드문 기회(the U.S. and Israel have a rare window to press the advantage)”라고 조명했다.


장문의 사설을 요약하면 지금이 역사 상 이란의 국력이 가장 쇠퇴한 시점이고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상징하는 ‘저항의 축’도 거의 와해된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전쟁에서 수장 신와르가 사망하는 등 막대한 손실을 보고 지금 휴전 상태다.


세계 최강의 비정규군으로 불렸던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수장이던 하산 나스랄라마저 이스라엘 공습에 사망하며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졌다.


헤즈볼라 지원 통로 역할을 하던 시리아에서는 미국 대선 한 달 후인 작년 12월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했다.


레바논에서는 친서방 성향의 조제프 아운 대통령이 최근 선출되는 등 이란을 구심점으로 하는 저항의 축이 궤멸 수준에 다다랐다.


WSJ은 “이스라엘과의 군사 교전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란을 훨씬 더 약하게 만들었고, ‘작은 사탄’(이스라엘을 지칭하는 수사적 표현. ‘거대한 사탄’은 미국)을 겨우 생채기 낼 정도일뿐 이스라엘을 막을 힘도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40%에 이르는 고물가와 2018년 이후 통화 가치가 95%까지 떨어진 심각한 경제 상황을 꼬집었다.

앞서 이란 의회는 재무장관 불신임안을 본회의에서 최근가결시켰다.


통화가치 폭락과 물가 고통으로 요동치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책임을 재무장관에게 물은 것으로, 이는 경제난 극복을 공약하며 작년 7월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내각의 첫 각료 불신임 사례다.


WSJ은 향후 이란과 핵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모든 의심되는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며 농축 우라늄을 폐기토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조종사 몇 명에게 미국 전략 폭격기 훈련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구체적인 대이란 압박 카드까지 제시했다.


관련해서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과 우라늄 변환 역량을 고려할 때 핵무기 생산에 본격 착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 주’ 수준으로 줄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핵개발 프로그램이 고도화할수록 이 시간은 ‘0’으로 수렴된다.


한편 지난 8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핵협상을 시작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겁박하는 강대국의 협상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단번에 거절했지만 불과 하루 뒤 이란 주유엔 대표부에서 180도 달라진 입장이 나왔다.


이란 대표부는 관련 성명에서 협상의 목적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해체가 아닌 잠재적 군사화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방향이라면 협상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단호한 거절 입장이 나온 뒤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에 공급되는 이란 에너지의 차단을 발동했다.


핵협상을 거부할 경우 가용할 원유 수출 제한 등 다양한 카드 패를 준비하고 하나씩 노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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