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식 비즈니스 한국에 시사점은
글로벌 AI 주도권 잡기 위해
‘세계 대통령’ 트럼프와 담판
AI 맞춤 비전펀드 조성하고
AI 키플레이어 우군으로 확보
미래 확신 갖고 다양한 경로로
AI가 그릴 비전 끊임없이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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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옆으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부터),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서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차근차근 길을 닦아왔다.
우선 손 회장은 AI 미래 비전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유하며 사람들에게 확신을 줬다.
또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도구인 비전펀드를 만들고, 키플레이어를 우군으로 확보했다.
무엇보다 정점은 ‘세계 왕’을 자칭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AI 담판을 지은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미국에 5000억달러(약 721조원)를 투자해 AI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가 함께했다.
스타게이트는 AI 개발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정비 사업이다.
데이터센터와 여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시설이 핵심이다.
이러한 기반시설은 개인 또는 기업이 나서서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움직여야 하는데, 손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들여 판을 크게 키운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스타게이트를 처음 구상했을 때 프로젝트명은 일본 창조신인 ‘이자나기’였다”며 “AI 발전에 대한 손 회장의 원대한 구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든든한 우군 확보다.
우선 돈줄부터 챙겼다.
‘오일 머니’가 풍부한 중동 자금을 끌어들여 AI에 집중 투자하는 비전펀드 2개를 만들었다.
두 개의 투자자금은 1500억달러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SVF1은 47곳, SVF2는 178곳의 기업에 투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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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AI 사업의 핵심으로 보는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을 보좌하는 회사를 최근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영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웨이브를 인수했으며, 6월에는 의료 AI 전문회사인 미국 템퍼스AI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7월에는 영국 AI 반도체 기업 그래프코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우군에서는 사람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손 회장은 사업의 중대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탄탄한 네트워크가 큰 도움을 줬다.
인터넷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소프트웨어의 일본 내 독점 판매권을 준 빌 게이츠 창업자가 우군이 됐다.
일본 내 통신 사업에서 퀀텀 점프를 하는 계기가 된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독점 출시 또한 스티브 잡스와의 인연으로 맺어진 결과였다.
이번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손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MS를 포함한 미국 서부 해안의 기업들을 잇달아 만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통해 면담도 끌어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투자회사인 캔터 피츠제럴드를 이끌고 있는데 여기에 손정의의 비전펀드가 발을 담그고 있다.
일본에서 AI의 구체적 사업모델을 제시한 ‘크리스털 인텔리전스’ 작업을 위해서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힘을 썼다.
이와야 외무상과 손 회장은 모두 후쿠오카현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5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관계다.
이와야 외무상은 손 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면담을 주선했을 뿐 아니라, 이시바 총리가 AI 보급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정비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를 시작하도록 힘을 썼다.
이 협의회에는 소프트뱅크그룹뿐 아니라 도쿄전력그룹, NTT 등이 참여해 오는 6월 출범할 예정이다.
AI 시대의 핵심 인물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또한 손 회장에게 빼놓을 수 없는 우군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그의 진정성 있는 비전 공유다.
한국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비전을 설명하는 사례가 매우 드문 가운데, 손 회장은 매년 열리는 소프트뱅크그룹 정기 주주총회는 물론이고, 핵심 투자자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자신의 비전을 전달한다.
손 회장은 2010년 소프트뱅크 창립 30주년 행사에서도 ‘30년 후의 비전’을 밝히는 등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AI 비전 또한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주주와 투자자, 전문가 등과 꾸준히 비전을 공유하고 다듬으면서 완성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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