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 외칠때 한명이 “아니오”…단결 못한 유럽, 러시아 대응 안갯속

분열 드러낸 유럽 정상회의

우크라에 외교·군사적 지원
‘친러’ 헝가리만 끝까지 거부
EU, 공동성명으로 채택 못해
별첨문서 형식으로 입장 발표
유럽재무장 계획엔 한목소리

EU 특별정상회의 [사진 = EU 제공]
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손을 떠날 준비를 하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일치된 입장 도출에 실패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를 약속했지만 친러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끝까지 반대한 탓이다.


EU 정상들은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에서 “EU는 유사 입장국 및 동맹들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화된 정치·금융·경제·인도·군사·외교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기존 조처 집행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대러 압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 정상은 “방공체계·탄약·미사일 제공 등 우크라이나의 시급한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종전협상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참여, 강력한 안전보장 등이 필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한 상황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관련 입장을 27개국 회원국 전제가 동의한 공동성명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친러 성향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오르반 총리가 다른 EU 정상들과 뜻을 달리하면서 26개국 입장이 ‘별첨 문서’ 형태로 발표됐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군사 예산 증액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정상회의에서 EU는 분열을 드러냈다”면서 “향후 EU 차원의 대러 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오르반 총리와 추가적인 대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르반 총리는 회의 전 EU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EU는 미국을 따라 평화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한두 개 국가의 반대로 인해 EU 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이제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의장은 “헝가리가 27개국 중 고립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오르반 총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또 다른 핵심 안건인 유럽 방위력 강화에 관해서는 나머지 26개국과 마찬가지로 지지 입장을 밝혔다.

27개국 만장일치 찬성으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는 “유럽 안보와 방위에 대한 지출을 계속해서 막대하게 증가시켜야 한다”고 적시됐다.

특히 “전반적인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전략적 의존성을 줄이며 (회원국 간) 중요한 역량 격차를 해소할 것”이라며 “유럽 전역의 방위 기술이나 산업 기반을 강화해 필요한 규모와 속도에 따라 군사장비가 제공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의존성’을 줄이겠다는 표현은 미국에 의존하던 유럽 안보체계를 바꾸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성명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모든 회원국 차원에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조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가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4일 발표한 8000억유로(약 1250조원) 규모의 방위비를 조성하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이 채택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있어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란 사실에 매우 감사하다”며 “새로운 방위비 지출의 일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대한 방위비 압박을 이어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나토 국가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트럼프의 글로벌 비전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동맹국에도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방국 간 안보 부담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의 세금과 군사장비, 미국인의 생명이 우호적인 무역과 상호 안보를 유지하는 유일한 부담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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