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차근차근 길을 닦아왔다.


우선 손 회장은 AI 미래 비전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유하며 사람들에게 확신을 줬다.

또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도구인 비전펀드를 만들고, 키플레이어를 우군으로 확보했다.

무엇보다 정점은 '세계 왕'을 자칭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AI 담판을 지은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미국에 5000억달러(약 723조원)를 투자해 AI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스타게이트는 AI 개발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정비 사업이다.

데이터센터와 여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시설이 핵심이다.

이러한 기반시설은 개인 또는 기업이 나서서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움직여야 하는데, 손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들여 판을 크게 키운 것이다.


두 번째는 든든한 우군 확보다.

우선 돈줄부터 챙겼다.

'오일 머니'가 풍부한 중동 자금을 끌어들여 AI에 집중 투자하는 비전펀드 2개를 만들었다.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AI 사업의 핵심으로 보는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을 보좌하는 회사를 최근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우군에서는 사람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손 회장이 사업의 중대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탄탄한 네트워크가 큰 도움을 줬다.

인터넷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소프트웨어의 일본 내 독점 판매권을 준 빌 게이츠 창업자가 우군이 됐다.


이번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손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MS를 포함한 미국 서부 해안의 기업들을 잇달아 찾아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통해 면담도 끌어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투자회사인 캔터피츠제럴드를 이끌고 있는데 여기에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발을 담그고 있다.

AI 시대의 핵심 인물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또한 손 회장에게 빼놓을 수 없는 우군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그의 비전 공유다.

한국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비전을 설명하는 사례가 매우 드문 가운데, 손 회장은 매년 열리는 소프트뱅크그룹 정기 주주총회는 물론이고, 핵심 투자자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자신의 비전을 전달한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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