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

"스티브 잡스가 모든 사람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 줬듯이 모든 사람에게 AI에이전트를 전달하고 싶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에 대해 꿈꾸는 미래다.

손 회장은 지난달 8일 소프트뱅크 실적 발표회에서 일본의 디지털화가 뒤처져 있다며 "세계 각국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데 일본만 늦어 아날로그 국가가 되고 있다.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여기에 중국의 딥시크까지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AI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를 활용한 사업 모델을 제시한 경영인은 손정의 회장이 거의 유일하다.


1990년대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고 미국 야후와 중국 알리바바에 투자한 것, 2000년대 통신 시대를 선언하고 일본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인 애플 아이폰을 도입하는 등 그가 가진 승부사 기질이 이제는 AI에서 다시 뿜어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손 회장은 AI를 통해 디지털에 늦은 일본 기업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AI로 모든 산업의 규칙이 '리셋(초기화)'되는 시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면 기업이 AI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로 요약되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AI의 날개를 달면 다시 한번 세계 산업을 호령할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손 회장의 판단이다.


이러한 AI에이전트의 하나로 그가 지난달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한 것이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다.

일본 기업에 AI를 통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손 회장이 선보인 사업 모델이다.

대기업용 최첨단 AI 서비스가 구체화되는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손 회장은 먼저 소프트뱅크그룹 자회사에 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하는 이 서비스는 기업에 맞춤형 AI 비서를 두는 것이다.

기업이 가진 시스템과 회의자료, 메일 등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 효율화와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손 회장은 "크리스털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는 전기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정도의 큰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2016년 "AI가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2017년으로 예정된 은퇴를 번복하고 현역으로 남았다.

그는 2035년에는 인간 지능의 1만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ASI의 실현을 위해서는 9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는 세계 GDP의 5% 수준으로 ASI가 실현되면 1년 만에 회수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할 때 그가 미국 백악관에서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5000억달러(약 723조원) 규모의 투자는 큰 금액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보안 문제를 고려할 때 각국이 데이터를 처리해 자국민을 위한 AI로 변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타게이트를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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