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음악대학 설립 100주년 美공연
초대총장 아펜젤러 파송한 교회 찾아
무료 공연에 교인·지역주민들 감동
뉴욕 카네기홀 공연 판매금 전액 美기부
우크라 평화위해 정동서 4년째 연주
 |
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 |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 감리교회 안. 아름다운 음악 선율이 흐르자 객석은 금새 감동에 젖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공연 주인공은 70여명의 이화여대 음악대학 교수, 재학생 그리고 졸업생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배일환(60)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는 지난 3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은혜를 갚기 위한 공연”이라고 밝혔다.
정식 공연 이름은 이화여대 음악대학 100주년 기념 ‘감사 나눔(giving thanks)’ 연주회.
배 교수는 “랭커스터 교회가 지난 1885년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를 한국에 파송했고 그 부부의 딸 앨리스 아펜젤러는 1925년 당시 이화학당을 정식대학인 이화 전문대학 인가를 받게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전 초대 총장인 앨리스 아펜젤러는 이후 랭커스터 교회의 기부금을 종자돈 삼아 신촌의 현재 이화여대 부지까지 매입했다.
배 교수는 “지금의 이화여대가 된 이화여전엔 과가 음악과 문과 두 가지뿐이었다”면서 “한국 최초의 대학 음악과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에서 공연을 한 것은 너무나 감동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세를 몰아 지난 2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도 같은 공연을 선보였다.
피아노 독주와 앙상블, 현악 4중주와 첼로 앙상블, 전통 음악과 판소리, 국악 뮤지컬, 합창 등 음악 ‘종합선물세트’였다.
배 교수는 이번 공연의 키워드로 ‘기부’를 강조했다.
랭커스터에선 교인과 지역 주민들을 무료로 초대했고, 감사패와 감사헌금을 전했다.
카네기홀에선 공연 티켓을 판매했고, 판매금 전액을 미국 사회에 기부했다.
70여명의 공연자들도 돈 한푼 받지 않고 공연에 참가했고, 이번 여행 경비를 각자 모두 부담했다.
배 교수에게 기부와 자선은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평화까지 추가했다.
그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지금까지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동료 음악인들과 돌아가며 릴레이 평화 콘서트를 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추고, 평화가 오길 바라는 심정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최근 국제 정치 상황과 관련해 “정의로운 전쟁보다 비겁한 평화를 택하갰다”면서 “평화야 말로 인류에 지금 가장 필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