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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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합동연설에서 두 팔을 벌린 채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을 두 차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한국을 언급한 것은 취임 당일인 지난 1월 20일 축하 무도회에서 주한 미군과 영상 연결을 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 "김정은은 잘 지내냐"고 언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거론한 셈이다.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발언'에는 선거운동 기간 중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언급했던 인식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우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사업에 한국, 일본 등 국가가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한다는 언급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장된 수치를 제공하며 '돈 많은' 한국에 투자를 압박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각각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백악관이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 발췌록에는 "프로젝트에 그들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with trillions of dollars being spent by them)"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할 때 "각각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trillions of dollars each)"이라고 언급했다.
백악관이 보낸 발췌록이 당초 예정됐던 연설문 내용이 맞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각각(each)'이란 단어를 추가했다는 의미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노스슬로프(North Slope)에서 알래스카 남부의 니키스키까지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초기 비용으로만 약 450억달러(64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로 투자금이 확대될지는 모르지만, 현재 단계에서 '수조 달러'라는 표현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의 사업 참여 여부도 아직 매듭지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참여 여부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협의체 구성에 들어갔지만, 미국 측에서 조직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대기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아직 조직을 정비하고 있어서 누가 미국 측 콘택트 포인트가 될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단계에서 한국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사실상 한국에 대한 투자를 압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대해 말하며 한국의 미국 상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4배나 높다"고 주장한 것 역시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그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여러 다른 방법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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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아니다" 100분간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도중 러시다 털리브 민주당 하원의원이 '왕이 아니다(No King)'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론 머스크의 연방정부 개혁 등 정책에 반발하며 야유를 보내거나 조용히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근거로 한국이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지는 알 수 없다.
대미 무역에 적용되는 실질적인 관세율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품목 수 기준 99.8%, 금액 기준 99.1%의 상품에 관세를 철폐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율을 한국의 최혜국대우 실행세율로 추정했다.
이는 양자 협정이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적용하는 세율로, 한미 FTA 협정 세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오는 4월 2일부터 상호 관세가 발효될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어떤 관세를 부과하든 우리도 그들에게 부과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리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비관세 장벽을 세운다면, 우리도 그들을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비관세 장벽을 설치할 것"이라며 "우리는 수조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고, 전례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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