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원조 전면 중단 카드를 꺼내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압박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을 상대로 공개 설전을 벌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풀이된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군사 지원 중지를 명령했고 여기에는 이동 중인 무기와 군용 장비가 모두 포함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시간으로 4일 오전 3시 30분을 기해 모든 원조 물자의 수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다른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는 AF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를 확인했다.

이번 군사원조 중단과 관련해 AFP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는 전쟁 종식이 매우 멀다고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것은 젤렌스키 최악의 발언으로 미국은 이를 더 참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람은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평화가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폭스뉴스에 "이번 군사 지원 중단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백악관 집무실에서 펼쳐진 문제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며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군사원조 중지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압박은 결국 광물협정 체결을 강요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은 중단됐나'라고 질의하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훌륭한 거래"라고 답했다.

그는 또 '협상 재개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젤렌스키가 미국에 더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그들과 함께했다"고 말했다.


CNN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 고위 참모는 공개 사과 형식 등을 빌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상황을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원조 중단 결정은 이날 늦게 내려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유럽은 우크라이나 방어보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구매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과 충격적인 언쟁을 벌인 이후 자신을 비판하는 유럽 국가들은 겨냥한 발언이다.


대서양 동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자국 방산기업의 미국 매각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자국 방산기업 켐링을 미국 사모펀드가 인수할 수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영국 기업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평화유지군 조성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호주 정부도 동참 의지를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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