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한국 비상 걸렸다”…동맹국 봐주기도 없이 때리는 트럼프, 무기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무관세·쿼터제·저율할당관세
면제·예외조치 원천무효 선언

“美의 몇 안되는 무역흑자국”
호주엔 예외가능성 여지 남겨

취임후 시진핑과 통화도 공개
“1조달러 적자, 놔두지 않을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철강·알루미늄 수입 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선언한 것은 우방국을 ‘타깃’으로 삼은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일명 철강 232조)를 적용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같은 해 쿼터제 적용 조치를 받았고, 캐나다, 멕시코 등의 국가는 이듬해인 2019년 면제 조치가 적용됐다.

이후 조 바이든 정부를 거치면서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우크라이나 등의 국가가 관세 면제·예외 대상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표한 포고문에서 다음달 12일을 기해 이 같은 면제·예외 조치를 없애고, 알루미늄 관세를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과거 관세 면제·예외 조치가 적용된 국가들 대부분이 동맹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맹에 공세가 이뤄진 셈이다.

이번 포고문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 적성국가에 대한 조치는 따로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는 친구와 적 모두에게 타격을 입었다”며 “이것은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드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제조업과 생산의 부활을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 국가와의 (관세 면제·유예) 조치는 이들 국가의 미국으로의 철강 제품 수출을 제한하거나 가격 왜곡을 차단하지 못하고, 철강 과잉 생산을 막지 못했다”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받는 국가안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 적용 대상에 완제품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주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철강재와 1차 알루미늄(primary aluminum)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관세는 자동차, 창틀, 고층 빌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되는 압출물과 슬래브와 같은 품목을 포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가장 극단적인 무역 보호주의자들이 다년간 추구해온 것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호주에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그 이유는 그들이 비행기를 많이 사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호주 총리에게 우리가 그 점을 크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문 서명 전 자국 언론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으며 호주의 관세 면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호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 25%를 예고하자, 자국 1위 철강 기업 블루스콥이 미국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며 4000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對)호주 상품 수출은 346억달러(약 50조3000억원)로 수입 167억달러(약 24조3000억원)의 2배 이상에 달해 179억달러(약 26조원)의 무역흑자를 나타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와 통화했고, 그의 측근과도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경제력이 강하고 무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바이든은 중국이 막 나가도록 내버려뒀고, 우리는 중국에 연간 1조달러(약 1453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걸 고려할 때 중국은 미국에서 많은 돈을 빼내기 때문에 우리를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그들이 지금처럼 많은 돈을 빼내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 10% 발효 전날인 지난 3일 “24시간 이내에 시 주석과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음 날 “(시 주석과의 통화는) 적절한 때에 이뤄질 것이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앞서 관세 25%를 부과하려다 한 달간 유예하고 협상 중인 캐나다·멕시코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멕시코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는 그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캐나다는 우리에게서 자동차 산업을 훔쳤다.

그래서 캐나다와 협상을 하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을 빼앗길 것이다.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관세율이 50%, 100%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뤄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이틀 안에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한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상대국 제품에 관세율을 부과하는 개념이다.

그는 관세 부과 상대국들의 보복관세 부과와 관련해 “그들이 보복을 한다면 내가 말한 대로 그것은 상호적인 것”이라며 “그들이 조금 올리면 우리도 자동으로 올린다.

그래서 그들이 보복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보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돼지저금통(piggy bank·‘돈줄’의 의미로 해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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