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수술, 이정도는 해야지”…살인물가 때려잡기 성공했다는 이 나라

올해 -3.8%서 내년 3.6%
폭력 줄고 사회 분위기 안정
트럼프와 ‘브로맨스’ 주목
CPAC 참석해 협력 강조

‘전기톱 퍼포먼스’로 정부 지출 삭감 등 경제 개혁을 외쳤던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과감한 개혁으로 고질적인 물가 급등 문제가 안정되는 등 아르헨티나의 병폐가 해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퓰리즘과 만성적인 구제금융에 의존했던 아르헨티나가 구조 개혁으로 인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플러스 성장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전기톱을 선보이면서 약속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과감한 정부 지출 삭감 등을 밀어붙였다.

취임 이후 18개의 정부 부처가 8개까지 줄어들었다.

또 수만 명의 공공부문 직원을 해고하고, 공공사업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공립대학에 대한 기금을 줄이고, 에너지와 교통에 대한 보조금도 줄였다.


밀레이 대통령이 인기는 없지만, 국가에 필요한 정책을 이어 나간 셈이다.


반시장적 조치와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신설된 탈규제·국가개혁부의 페데리코 스투르제네헤르 장관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가격 결정 시스템에 혼란만 초래하고 결국은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상승만 가져왔다”고 밝혔다.


밀레이 대통령은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며 “국가에 대한 나의 경멸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페론주의처럼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국가주의 모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것이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인 1946~1955년과 1973~1974년에 추진했던 좌파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을 의미한다.

페론주의는 아르헨티나의 정부 운영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상반기 지출액이 지난해보다 29%나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25.5%에 달했으나 올해 10월에는 2.7%까지 낮아졌다.

증시도 호황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 주가지수인 메르발(MERVAL) 지수는 작년 12월 대비 150% 넘게 올랐다.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에 대해 외부에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일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3.8% 위축될 아르헨티나 경제가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6%, 3.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OECD는 “아르헨티나의 거시경제적 불균형이 점차 감소하면서 투자 신뢰가 개선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개혁이 기업 환경 개선과 생산성 및 소득을 늘리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회 분위기도 안정됐다.

미주대륙의 정치·문화를 다루는 잡지인 ‘아메리카스 쿼터리’는 매해 12월이면 각종 폭력 시위로 긴장감이 돌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올해는 놀랍게도 평온하다고 전했다.

또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지속된 비관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보여준 성과에 국민들도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아틀라스인텔이 지난 1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47%로 10월의 43%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국제 자문 회사인 세페이다스그룹의 후안 크루즈 디아즈 상무는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에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은 주요 경제지표 개선 덕분이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의 차기 정부에 대한 우려가 각국에서 일고 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는 지도자 중 하나다.

선거운동 당시 전기톱을 들고 정부 지출 삭감을 외치면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밀레이 대통령은 별명부터가 ‘남미의 트럼프’다.


둘의 호감은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먼저 만난 외국 정상이 밀레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이후 가장 만난 첫 정상이 밀레이 대통령이라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별장 마러라고에서 열린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그곳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귀환이자 목숨을 건 도전”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추켜세웠다.

같은 기간 남미 공동체 이베로 아메리카 정상회의가 있었으나, 밀레이 대통령은 이에 불참했다.

대신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러 간 셈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승리가 확정된 뒤 연락을 취한 여러 외국 지도자 중 한 명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그의 찬사는 한결같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지난해 트럼프 당선인은 밀레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때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Make Argentina Great Again)”라며 당선을 축하했다.

자신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와 소위 ‘코드’가 맞는다는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내심 트럼프 당선인이 국제통화기금(IMF)에 힘써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매체 클라린은 “트럼프에 대한 밀레이 정부의 목표 중에는 IMF를 고려한 부분이 있다”면서 “IMF가 아르헨티나에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채무를) 조정할 가능성에 대해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겉만 친한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 철학도 비슷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강도 높은 재정긴축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밀레이 대통령이 실시한 개혁과 일맥상통한다.


이달 초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미국 보수주의연맹(ACU)이 아르헨티나에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밀레이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에 협력의 채널을 구축해 함께 뭉쳐야 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에 자유의 사상을 전파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으로 구성된 상호 지원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논평가 벤 샤피로는 CPAC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의 새로운 황금기를 향해 세계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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