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에 의한 통치에 맞서자”...‘노벨 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고언

25년간 연재 마무리 하며
9일자 고별 칼럼서 밝혀

“과거 낙관주의가 분노로 바뀌어가
대중, 엘리트에 대한 믿음 상실” 개탄

“나쁜 사람들 집권에는 한계 있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낙관 잃지 않아

폴 크루그먼 교수가 NYT 칼럼 연재를 종료한다고 밝히며 쓴 9일자 마지막 칼럼. [NYT 홈페이지 캡처]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가장 저급한 자들이 통치하는 체제)’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71)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10일자를 마지막으로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직에서 은퇴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NYT 에 경제·정치·문화 등 전방위 분야에 대해 25년간 칼럼을 게재해왔다.


그는 이날 ‘분노의 시대에 희망 찾기’(Finding Hope in an Age of Resentment)라는 제목의 고별 칼럼 서두에서 “지난 25년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하다”고 썼다.


그는 “(칼럼을 시작한 25년 전 당시)미국인들은 평화와 번영을 당연하게 여겼고, 유럽에서도 정치·경제적 통합이 진행됐다” 고 했다.

하지만 “우리와 서방 세계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낙관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낙관이 화와 분노로 대체된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놀라게 한다”며 “지금은 낙관주의가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화를 내는 사람들은) 엘리트층에 배신감을 느끼는 노동 계급뿐만 아니라 차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억만장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썼다.

그러면서 “낙관론이 꺾인 이유는 대중이 이제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없고, 그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미국 사회의) ‘엘리트’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난관적 시선도 잃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가 처한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가장 저급한 자들이 통치하는 체제)’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 크루그먼 교수. [연합뉴스]
한편, 크루그먼 교수는 1997년 한국의 외환 위기 등 당시 아시아 금융 위기를 예견했다.

1994년 기고문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발전은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과 인력 등 생산요소를 너무 많이 투입한 결과이므로 조만간에 위기가 몰아닥칠 것”이라고 썼다.

2005년에도 미국의 경상 적자를 메워주던 외국자금 상당 부분이 미국 부동산 가격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며 2006~2010년 큰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관한 의문점에 해답을 제시하는 경제이론 정립에 이바지한 공로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1953년 뉴욕주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크루그먼 교수는 예일대에서 경제학·석사를 받은 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1년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예일대·MIT·스탠퍼드대 등에서 교수를 지내다 2000년부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로 옮겼고 그 직후 NYT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NYT는 이날 그의 은퇴 소식을 알리면서 “그가 저널리즘에 쏟은 깊은 관심과 강한 직업 윤리를 보는 것은 큰 영감을 주었다”고 전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NYT에서 칼럼은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계속 자신의 의견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친(親)민주당 성향인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대선 기간에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이날도 특정인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분노가 ‘나쁜 사람들’로 하여금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지만 그들을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라고 썼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파적 학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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