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과잉 공급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기준을 완화해 석유화학업종에 적용하고,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로 했다.


글로벌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철강업종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 부과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시흥시 한화오션 시흥 R&D캠퍼스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국내 정치 상황에도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경쟁력 강화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멈춰 설 수 없는 필수 과제"라며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과잉 공급에 직면한 업종에 대해 완화된 기활법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장기 10년과 단기 3년 실적을 기준으로 과잉 공급 업종을 판단했는데, 올해 8월부터는 과거 20개 분기와 최근 4개 분기를 비교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완화된 기활법이 적용되면서 석유화학산업의 인수·합병 등 사업 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활법을 적용받게 되면 간이 합병과 소규모 합병 시 주주총회 의결이 아니라 이사회 승인만으로 가능하고, 기업 간 보유 주식을 교환하는 경우에도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납부를 주식 처분 시까지 늦출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과잉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관련 기업들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기활법 적용과 별도로 정부는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추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세제 혜택과 정책 금융 지원 외에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 재편 인센티브 제공, 관세 경감 등이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규제 한시적 완화와 과세 감면 같은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생산구조 재편을 위한 기업 간 합병이 독과점 규제에 막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 등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계의 경우 정부는 적극적인 무역규제로 지원에 나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베트남산 냉간압연 제품에 대해 행정예고가 끝나는 대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탄소강 후판은 늦어도 내년 3월 초까지는 조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2021년 47만t에서 지난해 131만t으로 2년 새 2.8배 늘었다.

20%가량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국내 시장에 침투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한국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65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 감소했다.


정부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화에도 속도를 낸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통제 조치에 중국 정부가 희귀광물 수출통제 강화로 맞불을 놓으면서 공급망 불안이 심화된 상태다.

정부는 공공비축 고도화, 국내 생산기반 확충, 수입처 다변화 등을 담은 3년 치 계획을 수립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 신유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