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재료 전시회
‘세미콘 재팬 2024’ 개막
13일까지 도쿄 빅사이트
세미나 3분의 1이 ‘인재’
미-일-대만 최고경영자
구체적 협력 방안 논의
|
11일 ‘세미콘 재팬 2024’ 행사가 개막한 도쿄 고토구 빅사이트 전시장 [도쿄 이승훈 특파원] |
“대만의 TSMC가 일본을 택했고, 일본은 라피더스를 통해 다시 반도체의 역사를 쓰고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우수 인재 양성이 현재 최대 과제다.
”
반도체 기술·장비·재료전시회인 ‘세미콘 재팬(Semicon Japan) 2024’가 11일 도쿄 고토구 빅사이트에서 개막했다.
‘반도체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가 올해의 주제다.
반도체 훈풍 속 뜨거운 열기
전시회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우선 주최즉이 규모면에서 역대 최대로 키웠다.
지난해 8만명이 이곳을 찾았는데 올해는 10만명 방문을 예상한다.
일본 내 반도체 산업의 분위기도 좋다.
일본 정부가 ‘삼고초려’를 통해 유치한 대만의 TSMC가 구마모토에 지은 JASM 1공장이 이달 말 드디어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 2월 공장 준공 뒤 수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해왔고, 애초 계획대로 이달 말부터 제품을 생산해 소니에 공급한다.
일본 반도체의 아픈 손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세계 3위 키옥시아는 오는 18일 4년을 미뤄온 상장작업을 마무리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7800억엔(약 7조4000억원)이다.
상장 후 조달한 자금은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낸드플래시 증산에 사용된다.
여기에 일본 주요 기업과 미국 IBM이 협업하는 라피더스의 공장 건설도 본궤도에 올랐다.
라피더스는 이달 네덜란드 ASML에서 제작한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장에 반입한다.
최첨단 공정인 2
나노 반도체를 2027년부터 홋카이도에서 양산한다는 계획이 착착
진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캐나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가 일본에서 첨단 반도체 설계 수탁 사업을 하면서 생산을 라피더스에 위탁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나서 라피더스는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다.
일본 1위 통신사업자인 NTT와 도요타 등을 제외하고도 해외 물량을 늘릴 기회가 열린 것이다.
텐스토렌트는 현재
삼성전자와 TSMC에 생산을 위탁 중이다.
|
11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 2024’ 행사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발표하는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주요 세션은 ‘반도체 인재 육성’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오전 9시 전시장 문이 열리자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온 반도체 관계자들이 전시장을 빼곡히 메웠다.
특징적인 부분은 3일간 진행되는 60여개의 세션 중에서 3분의 1 이상이 반도체 인재 육성에 할애됐다는 것이다.
첫날 세션에 등장한 무토 요지 경제산업대신도 ‘첨단 인재 육성’을 힘주어 얘기했다.
이에 앞서 무대에 오른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과 사와다 준 NTT 회장 등도 ‘반도체=사람’이라는 부분을 명확히 했다.
현재 라피더스는 공장이 들어서는 홋카이도의 대학교·전문고등학교에 반도체 전문 과정을 추가하고, 기업 전문가가 이곳에 강사로 나서는 등 현장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재 육성을 위해 미국, 일본, 대만 등이 연합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세션에 참석한 다리오 길 미국 IBM 수석부사장,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 하야사카 노부오 키옥시아 사장,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사장, 호리타 유이치 JASM(TSMC의 일본 법인) 등은 기술 로드맵뿐 아니라 3국 인재 양성과 관련된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 2024’ 전시장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무려 4시간에 걸친 반도체 인재 육성 세션도 열린다.
여기에는 반도체 담당 경제산업성, 교육 담당 문부과학성 고위공무원을 필두로 미·일·대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일본·대만 대학교 고위직이 총출동한다.
웨이저자 TSMC CEO,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이 졸업한 대만국립양명교통대 총장도 힘을 보탠다.
일본 문부과학성 공무원이 세미콘 재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에 목을 매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은근히 느껴지는 ‘코리아 패싱’ 분위기를 우려했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밀월이 깊어져 가는 가운데, 미·일의 한국 견제 움직임이 최근에는 노골화되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도체 인재가 부족한 일본이 미국-대만 연합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라며 “한국도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대만과의 협력이 절실한데 정부나 기업 모두 뚜렷한 의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