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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운데)가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연합뉴스] |
두산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지배구조 재편안이 결국 무산됐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12월 3일 일어난 계엄 사태다.
지난 7월 시작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임시 주주총회에서
두산밥캣에 대한 분할합병안 표 대결 승리가 필요했다.
또 주식매수청구권이 사용된 주식 규모가 한도를 넘지 않았어야 했다.
결정타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주가가 현저히 낮다면 주주 입장에선 주식매수청구권을 사용할 유인이 생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 9일 종가는 1만7380원, 주식매수청구가격은 2만890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사용하면 20%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산 입장에서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이 커진 직접적인 원인은 계엄 사태다.
올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 3일 종가도 2만1150원이었다.
하지만 계엄 직후인 지난 4일 10% 이상 급락하더니 결국 약 17% 떨어졌다.
낮아진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부담을 키웠다.
두산에너빌리티에게 이번 분할합병안은 미래를 위한 절실한 결정이었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력이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 떠올랐고
두산에너빌리티도 수혜를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등 원전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선 매년 최소 5000~6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만약
두산밥캣이 분할됐다면 차입금이 약 7000억원 줄어 투자 여력 확보가 가능했다.
결국 계엄 사태가 우리나라 기업이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박탈해버린 꼴이 됐다.
물론 주주가치 훼손이 분할합병안이 좌초된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두산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일반 주주의 권익 침해를 지적한 금융감독원도 두산 측이 수정한 증권신고서를 승인했다.
예기치 못한 계엄 사태로 한국의 원전 사업이 투자 시점을 놓칠까 우려가 된다.
이종화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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