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뤄질 최종 매듭 절차만 남겨둔 가운데 업계에서 이번 합병이 항공업계 경쟁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진행하며 경쟁사에 노선을 이관하는 과정에서 생긴 항공기 대여 등 요건이 추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상황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 후에도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와 대한항공의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고 해외 경쟁당국 심사 결과를 반영한 공정위의 조치를 마지막으로 조정하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원회의에서는 노선별 공급 좌석 수 축소 비율 등이 함께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2022년 공정위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당시 내걸었던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과 운수권(국가 간 항공편 노선 운항을 허용하는 협약으로 부여되는 권리) 반납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대한항공이 (각각 대한항공에서 유럽, 미국 노선을 이관받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도우면서 비행기와 조종사, 운항승무원을 빌려줬다"며 "저비용항공사(LCC)인 두 항공사의 유약한 지분구조 등 재정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들이 (거래관계에 종속된다면) 추후 대한항공 경쟁사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은 두 항공사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일부 노선의 슬롯을 타 항공사에 이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4개 노선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이전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각각 항공기 5대, 4대를 대여하는 동시에 조종사와 정비사, 승무원도 다수 파견했다.


3년여의 대여 계약기간이 끝난 뒤 LCC는 자체 항공기를 구입·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열악한 LCC 재정구조 등을 감안했을 때 해당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이 대한항공과 경쟁하는 시장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독점 폐해를 막고 경쟁체제를 구축하도록 하는 취지의 앞선 경쟁당국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는 대한항공의 도움이 없었다면 애초에 LCC가 이관받은 노선에서 제대로 운항할 수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상황 역시 초기에 감안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 전문가는 "미국이나 유럽은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았다"며 "자국민 보호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LCC 생태계 파괴 가능성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소 지나친 우려라는 목소리도 있다.

두 항공사 기업결합이 마무리 절차를 앞두고 있는 만큼 후속 절차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부 유출 차원에선 대한항공이 (다른 외항사가 아닌) 티웨이를 도운 건 국내 항공업에 대한 생태계 보존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기업의 경영전략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공정위에선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경쟁환경을 유지하는 걸 조건으로 했고, 대한항공이 각종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처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티웨이항공이 장거리 유럽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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