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18년 월풀 요청에
‘한국산 세탁기’ 고관세 저격
최근 인터뷰서 성과 자화자찬
실상은 트럼프의 완전한 착각
한국산 가격인상 올라탄 월풀
자국민 상대 덩달아 기습 인상
무리한 정책, 오롯이 소비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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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미국 오하이오주 월풀 세탁기 생산 공장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내세우며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고 있다. <이미지=폭스뉴스 동영상 캡처> |
미국 경제를 강건하게 만들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시종일관 ‘관세 공격’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언론과 경제분석기관은 지난 1기에 이어 2기 트럼프에서 더 독해진 관세 공격으로 한국 기업들이 어떤 피해를 입을지 영향 분석에 분주하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새로운 관세가 야기하는 정책 비용을 과연 누가 치르느냐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경제학자들이 주목한 실증 사례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선택을 받아온
LG전자와
삼성전자 세탁기 제품에 대한 트럼프 1기의 관세 공격이다.
미리 답을 말하자면 트럼프 1기 때 단행된 우선주의 관세 정책은 미국민들만 등골을 휘게 한 ‘고비용’ 정책이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관세에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머리 위에서 놀며 가격인상 효과를 즐겼고, 애꿎은 소비자만 지출이 늘었다는 것.
지난 2019년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초기 발표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왔는데 한국과 미국 간 국가적 마찰로 비화됐던 ‘세탁기’ 관세가 이들의 관찰 대상이었다.
이 사건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미국 대표 백색가전 업체인 ‘월풀’의 사주로 시작됐다.
한국 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 세탁기로 인해 미국 내 점유율을 빼앗기자 백악관에 SOS를 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엉터리 요청을 전격 수용해 2018년 한국산 세탁기 제품에 무리한 관세 인상을 시도했다.
수입산 제품에 20% 관세를 50%로 확대했고 월풀 회장은 이 조치를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의 승리”라고 환호했다.
그런데 나중에 시카고대 학자들이 이 사례를 연구해봤더니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무리한 관세를 부가하면서 그 정책 비용이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관세가 적용되는 기간인 2018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세탁 장비 가격은 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21%에 불과했다.
전체 가전제품 상승률(23%)보다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LG전자는 테네시에 새 세탁기 공장을 열고 현지 생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관세 인상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라고 추켜세웠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방송 NBC와의 당선 후 첫 인터뷰에서도 딩시 관세 상향으로 미국에 수천, 개의 일자리, 수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관세를 부과하자 그들(월풀 등 미국 세탁기 제조기업)은 성공적인 기업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제무역위원회(ITC)의 2020년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세탁기 관세가 월풀을 포함한 200개 기업에서 18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음에도 미국 제조기업들이 세탁기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은 신규 일자리 한 개 당 81만50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는 평가다.
시카고대 연구팀 역시 한국 세탁기 관세 인상의 결과에 대해 “이 정책의 단점은 비용이 대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라고 결론짓는다.
특히 보복 관세의 수혜 기업인 월풀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94억 달러로 트럼프 관세 공격이 시작된 2018년(210억 달러))을 오히려 밑돌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이 됐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월풀은 성장은 고사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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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 연도별 매출액 (단위=십억 달러) |
여기에서 중요한 물음표는 관세 인상 여파로 한국산 제품 판매 가격이 비싸졌음에도 월풀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느냐다.
다름아닌 월풀의 엇나간 탐욕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쳐놓은 관세 장벽에서 가격 우위를 유지하며 자국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질좋은 세탁·건조기로 어필했어야 월풀은 되레 가격을 함께 올리며 미국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그 결과 세탁장비 가격 상승률(34%)이 다른 가전제품 상승률(23%)을 11%포인트 앞설 만큼 소비자들은 이 관세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트럼프 2기에서 트럼프가 자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철강 등 핵심 품목에 고관세 장벽을 치더라도 과거 월풀 사례처럼 미국 기업들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덩달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6년 전 부당한 관세 공격을 사주한 월풀은 지금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자료에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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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JD파워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못 미치는 평점을 받은 월풀. <톱로드형 기준, 자료=JD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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