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 효과에
싱가폴 증시, 안전투자처로 각광
美대선이후 7%상승...亞주요증시 최고
한국은 정치불안 겹치며 연중 최저 경신
대만증시와 시총격차 역대 최대치
지난달 미 대선 이후, 아시아 증시에서 싱가포르가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입할 정책들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투자자들이 특정 자산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증시는 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며 주요국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주에 이어 9일에도 하락랠리를 지속, 장중 2400선이 무너지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도 나란히 연저점을 찍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 대선 이후 지난 6일 까지 약 한달 동안 아시아 주요국 증시 변화율을 집계했다.
집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스트레이트지수(STI)는 38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7% 가량 상승,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맥쿼리 캐피털은 12월 2일 보고서에서 STI 지수가 내년에는 4,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주식은 2024년 하반기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변동성 헤지 자산으로 가치가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맥쿼리 캐피탈 지난 2일 보고서에서 STI 지수가 내년에는 4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증시는 올해 하반기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변동성 헷지 자산으로 가치가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싱가포르 증시종목 중에서도 은행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DBS 그룹 홀딩스, UOB 은행 등이 각각 15%~16% 급등했다.
싱가포르 거래소 제프 하우위 수석 전략가는 닛케이에 “은행들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혜택을 누렸고, 내년 덜 비둘기파적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5개월간 싱가포르 증시 실적은 글로벌 및 지역 지수를 모두 능가했다”고 덧붙였다.
로레인 탄 모닝스타 아시아 증시 연구 책임은 “싱가포르 시장은 방어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싱가포르 달러 덕분에 투자자들은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다른 신흥 아시아 시장보다 싱가포르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싱가포르 증시는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성과 방어적 특성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IPO 유치 부족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섹터의 약세는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약 1년간 싱가포르 거래소에서는 단 한 건의 IPO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같은 기간 홍콩은 54건, 한국은 5건의 IPO가 이뤄졌다.
싱가포르 이외에 일본, 대만 증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 증시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7일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한국 증시는 대만에 더 뒤처질 위험에 직면했다” 며 “대만은 ‘AI 붐’의 혜택을 누리며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한국증시를 약 9500억 달러(약 1350조 원) 차이로 앞질렀다.
이는 역대 최대 격차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29%가량 올라 2009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9일 일본증시도 지난주에 이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닛케이 평균주가는 반도체 등 첨단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흐름이 이어지면서 반등으로 시작했다.
◆홍콩, 필리핀, 한국 증시 부진 뚜렷...원화값도 연일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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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한편, 홍콩 항셍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3.4% 하락했다.
천 즈카이 BNP 파리바 분석가는 “홍콩은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교차점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긴장이 금융 허브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증시도 5.7% 하락했다.
태풍 피해,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로 인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데 따른 결과다.
한국 코스피는 이들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트럼프 당선 이후 6일까지 6.2% 하락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업체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뿐 아니라,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며 시장 심리에 충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8일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불안정한 위기를 막더라도 “정치적 마비는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시위 증가와 더불어 파업과 더 폭력적인 형태의 반대 시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대비 원화값은 지난 한주 약 2%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0.4%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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