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유니클로 잠실 롯데월드몰점에서 고객들이 옷을 살펴보고 있다.

유니클로


일본 대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6년 만에 연 매출액 1조원대를 회복하며 단일 브랜드 '1조 클럽'에 재가입했다.

코로나19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2021년 5000억원대까지 추락했던 매출이 3년 만에 약 두 배가 됐다.

이로써 국내에서 판매되는 단일 패션 브랜드 중 연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곳은 나이키와 노스페이스에 이어 유니클로까지 총 3곳이 됐다.


8일 에프알엘코리아가 지난 6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2024년(회계연도 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 국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5% 신장한 1조60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1489억원, 순이익은 3.8% 증가한 1320억원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 6년 만에 다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유니클로는 2005년 한국에 진출했다.

일본 유니클로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대49의 지분으로 합작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SPA 바람을 일으키며 진출 10년 만인 2015년 단일 패션 브랜드 최초로 국내에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9년 패션 브랜드 중 가장 높은 매출액인 1조3780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2019년 11월 기준 유니클로 매장 수는 187개로 국내 의류 시장 점유율 1위(유로모니터 기준 4.7%)였다.



그러나 그해 7월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노 재팬(NO JAPAN)'의 영향으로 매출이 급락했다.

2020년 매출액은 6297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고, 2021년에는 5824억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매출액 하락에 따른 강구책으로 매장을 줄이던 유니클로가 반등하게 된 데에는 한일 관계 개선과 고물가 영향이 컸다.

'노 재팬' 바람이 사그라들고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늘면서 일본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덕이다.


또 고물가가 이어지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SPA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커진 까닭도 있다.

특히 여름에는 '에어리즘', 겨울에는 '히트텍'과 같은 계절별 대표 제품이 '옷장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또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날씨와 러닝·운동 인구 증가로 브라톱이 매우 잘 팔렸다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명품 등 고가의 인기 제품과 디자인·성능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그보다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e)' 소비가 확산한 것도 호재다.

듀프는 '복제하다'라는 뜻을 가진 'Duplicate'에서 유래된 말인데, 듀프 소비를 말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유니클로 U라인이다.

U라인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 '르메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그의 팀이 유니클로와 협업해 기존 르메르와 비슷한 느낌으로 선보인 컬렉션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르메르 맛 유니클로'로 불리는데, 매 시즌 새 컬렉션을 발매할 때마다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다.


이에 더해 유니클로는 지난 9월 명품 브랜드 '지방시'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를 영입해 새로운 컬렉션인 유니클로 C라인 또한 선보였는데, 이 컬렉션에 대한 반응 역시 뜨겁다.


2022년 127개까지 줄였던 매장 수도 서서히 늘려 가고 있다.

올해는 10개 신규 매장을 개점해 12월 8일 현재 전국에서 13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리뉴얼 오픈한 국내 최대 매장인 서울 롯데월드몰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매장 중 하나가 됐다.


[김효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