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 단순히 커피맛 때문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에어로케이를 타기만 해도 '힙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47)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항공업은 결국 항공기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사업"이라며 "에어로케이를 단순한 LCC(저비용 항공사)가 아닌 고유한 브랜드 컬처를 가진 플랫폼 기업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에어로케이는 MZ세대를 타깃층으로 삼아 젠더리스(genderless·성별 구분 없는) 승무원 유니폼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식의 특이한 행보로 보수적인 항공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 취항한 청주~제주 노선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아티스트 선우정아의 게릴라 기내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굳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에어로케이는 쿨하다'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MZ세대 충성 고객이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케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은 LCC다.

2021년 청주~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정식 운항에 나섰다.


첫 운항 이후 3년5개월여 만인 올해 10월 기준 누적 탑승객 200만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청주국제공항은 에어로케이 가세에 힘입어 개항 27년 만인 올해 처음 연간 이용객 400만명을 돌파하며 지역 공항 중 드물게 활성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강 대표는 "청주공항의 잠재적 고객 수요를 수도권 남부를 포함해 1000만명 이상으로 보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어린 시절 해외에서 건설업에 종사한 부친을 따라 중동, 동남아시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생활했다.

미국 생활 당시 항공 전문 고등학교인 플로리다 에어 아카데미에 진학하며 항공산업을 접하게 됐다.


강 대표는 "졸업생들이 미국 파일럿이 되는 경우가 많은 학교였다"며 "경비행기를 몰면서 항공산업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삼정회계법인, 맥쿼리 등에서 일하며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재무 분야를 경험했다.

이후 CJ E&M으로 자리를 옮겨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휘하에서 글로벌 신사업 개발 담당으로 일하며 2011년 진행된 싱가포르 MAMA(마마·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기획에 참여했다.


강 대표는 "전설적인 힙합가수 윌.아이.엠, 스눕독 등을 처음으로 초빙하면서 MAMA를 글로벌 행사로 키워냈던 것이 당시 대표적인 성과"라고 소개했다.


회사를 나와 꿈꾸던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시작은 험난했다.

2017년 국토교통부에 낸 항공운송사업면허(ACL) 인가는 LCC 과열경쟁이 우려된다며 반려됐다.

2019년 청주공항 활성화를 명분으로 다시 인가를 받았지만 때마침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터지면서 첫 비행기를 띄워보지도 못한 채 1년 넘게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강 대표는 "만약 일찍 인가를 받아 운항을 시작했다면 코로나 시기를 버텨내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작이 늦어진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차근차근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LCC의 본래 취지답게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노선에 취항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강 대표는 "최근 일본 홋카이도 동부에 위치한 오비히로에 신규 취항했다"며 "아사히카와·하코다테·이바라키 같은 일본 소도시 신규 취항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강병호 대표
△1976년생 △1998년 미국 카네기멜런대 학사 △2002년 삼정KPMG M&A 팀장 △2006년 맥쿼리 인프라·부동산 부장 △2010년 CJ E&M 미래전략실 부장 △2016년 에어로케이 대표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