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어려운데 계엄 날벼락” 정국 불안에 면세·여행업계 시름

外 방문객 방문 취소 문의 잇따라
연말 특수 앞둔 업계선 위기감
‘환율 쇼크’에 면세업계도 촉각
“불안한 상황 이어지면 피해 커져”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부결로 정국 불안이 길어지면서 외국인·여행객을 상대하는 면세·숙박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업황 악화가 길어지면서 실적이 부진한 와중에 달러당 원홧값이 급등하는 등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쳐 해법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업계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외국인 투숙객들의 숙박이나 연회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특급호텔이 밀집한 서울 광화문, 시청, 여의도 부근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국회 등 주요 정부기관과 맞닿은 만큼 위험도를 높게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각국 정부가 ‘한국 여행 주의’ 입장을 내면서 조기 출국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5일 국내 모든 주한 공관에 외교 공한을 보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본국에 보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각국은 여전히 긴장섞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 서울 시내 호텔 관계자는 “(계엄 사태가) 며칠 되지 않아 아직 본격적인 ‘탈출 러시’ 같은 피해는 없다”면서도 “연말은 관광객이나 사업 방문이 몰리는 대목인데 지금의 불안정한 사태가 길어지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인 실적 악화를 겪은 면세업계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타격까지 겹쳤다.


비상계엄 선포로 달러당 원홧값이 1446원까지 치솟은 이후 연일 142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가 일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강달러’에 면세상품의 강점도 사라져 업계는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러로 구매하는 면세상품의 실질 가격이 올라 구매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면세점은 기존에 구비해둔 상품을 올라간 달러 가격만큼 비싸게 팔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다만 비싸진 가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업황 전체가 악화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은 방문객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인데,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아도 면세점을 점점 쓰지 않아 곤란하다”며 “외국인 방문이 실제로 감소하게 되면 면세업계는 전체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와 해외 여행객 구매 트렌드 변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 3분기 면세 ‘빅4(신라·롯데·신세계·현대)’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가 460억원,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382억원, 162억원 영업손실이다.

현대면세점도 80억원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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