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플레이션(면+인플레이션)'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눈에 띄는 건 서민 음식의 대표 격인 짜장면 가격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서울 대표 외식 메뉴 중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톱3'는 냉면, 칼국수, 짜장면이다.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은 전년(7069원) 대비 4.5% 올라 7385원이다.
식품업계가 짜장면의 대체 수요를 겨냥해 프리미엄 짜장라면을 운영하는 이유다.
짜장라면의 황제는 존재한다.
농심이 1984년부터 선보인 '짜파게티'는 국내 짜장라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소매점 기준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2131억원 수준으로 봉지면을 기준으로는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짜장라면이라는 틈새 시장을 노린다.
팔도는 2015년 일찌감치 프리미엄 짜장라면인 '팔도짜장면'을 내놨다.
풀무원은 2021년 '로스팅 짜장면'을 선보였고,
오뚜기는 이듬해 '짜슐랭'을 내놨다.
황제
농심은 올해 '짜파게티 더 블랙'을 내놓으며 방어했다.
매일경제 기자평가단은 국내 대표 식품사의 프리미엄 짜장라면 4종을 다양하게 비교·평가했다.
기존 짜장라면과 뭔가 차별화된 요소를 가미한 '상위 호환 요소'가 있다면 프리미엄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승부를 가른 건 '누가 더 짜장면과 비슷한가'였다.
짜장면을 지향한 프리미엄 짜장라면에 걸맞은 기준이다.
황제의 위상은 흔들림이 없다는 점도 명징했다.
평점 1위는 가장 최근 프리미엄 짜장라면을 내놓은
농심의 짜파게티 더 블랙이 차지했다.
짜파게티의 명성과 실력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 최고점(4.7점)이자 전체 최고점을 준 정슬기 기자는 라면답지 않은 '럭셔리함'을 높게 평가했다.
정 기자는 "고기와 양배추 등 씹힐 만한 것들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잘 보여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며 "풍족하고 큼직한 고기 건더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고급스럽다고 평가한 기자는 또 있다.
김효혜 기자는 "건더기가 크고 굵어서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며 "쟁반짜장 같은 느낌이 난다"고 밝혔다.
짜파게티 프리미엄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 최고점인 4.5점을 준 김금이 기자는 "누구나 아는 짜파게티 맛의 고급스러운 버전"이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달면서 짭짤한 짜장 소스 맛이 익숙했다"면서 "짜파게티가 왜 베스트셀러인지 체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리의 불편함을 지적하는 이들은 있었다.
정 기자와 김금이 기자는 잘 비벼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금이 기자는 "정량대로 물을 남기면 짜장 가루가 잘 안 버무려진다"고 했다.
정 기자 역시 "풍미유가 있음에도 가루가 잘 안 비벼졌다"고 말했다.
다음 피 터지는 2위 경쟁에서 승리한 건 팔도의 팔도짜장면이다.
분말스프 짜장라면들과 달리 액상소스를 사용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춘장을 국내산 돼지고기와 양파, 감자 등 원재료와 함께 중화식으로 볶은 액상소스가 호평을 이끌었다.
박홍주 기자는 팔도짜장면에 개인 최고점인 4.5점을 줬다.
박 기자는 "분말 소스가 아니라 걸쭉한 액상소스가 동봉돼 있어 조리하기에 편하다"며 "가루로 섞으면 꼭 뭉치는 곳이 생기는데 그런 부분이 덜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짜장라면이 아닌 중국집 짜장면에 더 비슷한 맛이라고 총평했다.
김금이 기자도 "팔도짜장면은 가장 짜장면스럽다"면서 "면발이 굵고 쫄깃해서 좋다"고 평했다.
액상소스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 기자는 "액상소스가 자꾸 면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며 "계속 면을 휘저어 소스를 끌어올려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탕면을 썼다는 점을 지적한 이들이 있었다.
정 기자는 "면이 건면이 아니라 유탕면이라는 점 때문에 저녁에 먹는 건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내용도 나왔다.
박 기자는 "편의점에서 한 봉지 가격이 1750원으로 비싼 편"이라며 "'내돈내산'하기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론
풀무원의 로스팅 짜장면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칼로리가 낮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장점으로 꼽았다.
해당 제품은 건면을 사용했다.
박 기자는 "봉지당 열량이 405㎉로 가장 낮다"면서 "라면을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김효혜 기자도 "나트륨이 좀 적은 편이라서 먹으면 건강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삼한 맛도 장점으로 꼽혔다.
강한 파 맛에 거부감을 표현한 이들이 있었다.
김효혜 기자는 "야채 건더기에 파가 많고 파기름에서 파 향이 솔솔 풍기는데, 파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불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기자도 "마른 파 플레이크 맛이 첫 맛으로 입안에 치고 들어와 뒤따라오는 짜장 소스 맛이 묻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짜슐랭은 진한 짜장 맛을 위해 고온으로 로스팅한 짜장스프를 넣은 제품이다.
파와 양파기름의 최적 조합이 만들어낸 유성스프가 풍미를 살려준다.
특히 면 끓인 물을 따로 버릴 필요가 없는 제품이다.
4.5점을 준 김효혜 기자는 "물을 따로 버리지 않아도 돼 끓이기가 확실히 편하다"며 "달고 짠 맛이 확실해 짜장라면의 정석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개성의 부재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금이 기자는 "씁쓸한 맛이 짜장과 비슷하지만 깊은 맛이 부족한 편"이라고 밝혔다.
박 기자는 "누구나 무난하게 한 끼로 즐길 만하지만 이 제품만의 개성은 안 느껴진다"고 평했다.
물을 버릴 필요가 없는 '복작복작' 조리법이 더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 기자는 "물을 버릴 필요 없는 조리법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가고 더 귀찮게 느껴진다"며 "수고롭게 끓여야 하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효석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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