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긴축 예산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려다 내각 붕괴 위기를 맞았다.

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이날 오후 헌법 조항을 발동해 예산안의 핵심 법안인 사회보장 재정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면서 내각 불신임 투표에 직면했다.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르면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프랑스 하원은 24시간 내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다.


야당은 정부가 하원의 표결 없이 예산안을 처리한 데 반발해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를 이끄는 마틸드 파노 의원은 바르니에 총리가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한 직후 불신임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 역시 자체적으로 불신임안을 발의할 것이며 불신임안이 발의되면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 통신은 이르면 4일 오후 불신임 표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봤다.

헌법상 발의 시점부터 48시간 내 표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바르니에 총리가 이번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불신임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하원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하원 전체 재적 의원은 577명이지만, 현재 2자리가 공석인 점을 고려하면 의결 정족수는 288석이다.


좌파 연합과 극우 RN 연합의 의석수는 300석이 넘는다.

반면 프랑스 범여권 의석수는 213석에 불과하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프랑스 정국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가까스로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가 사퇴하게 되면서 이후 새로 내각을 수립하기 위해 끝없는 알력다툼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은 1년에 한 차례만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6월 의회를 해산한 만큼 2025년 6월 이후에야 다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를 수 있다.


이에 프랑스는 현 여소야대 정국에서 내각 수립과 예산안 통과라는 두 관문을 넘어야 하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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