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걸리는 신발을 두 달 만에?”…명품 브랜드 주문 쏟아지는 中企, 비결은

크리스틴컴퍼니·라잇루트 등
패션·뷰티·리빙 유망 중소기업
혁신 AI기술 달고 매출 성장세

디자인진흥원 ‘스타일테크’
K스타트업 길잡이 역할 톡톡
참여기업 1203억 투자 유치

경남 김해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는 인공지능(AI)으로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신발 디자인을 개발해 부산을 비롯한 지역 제조업체와 손잡고 완제품을 만드는 플랫폼 ‘신플’을 상용화했다.

통상 8개월 이상 걸리던 신발 디자인 개발과 제조 공정을 2개월 이내로 단축한 것은 물론 최소 주문 수량도 1만개에서 500개로 확 줄였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스타일테크 사업에 뽑혀 역량 있는 UI·UX(사용자환경·사용자경험) 분야 디렉터급 디자인 컨설팅을 받고, 현업 신발 디자이너 의견도 수렴해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한 덕분이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는 “프랑스 파리 패션쇼에도 오르는 명품 김해김을 비롯해 30개 브랜드가 자사 플랫폼으로 신발을 제작했다”며 “고질적인 신발 디자이너 인력 부족을 보완해 K패션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디자인진흥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패션·뷰티·리빙 같은 스타일 분야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AI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증강현실(AR·VR), 블록체인, 로봇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일테크 육성 사업이 K스타트업 혁신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타일테크 기업이 디자인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기존 산업과 동반성장하고 판로 확장을 도우면서 2019년 지원 사업을 시작한 이후 평균 경쟁률은 6대1을 넘어섰다.


2일 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스테일테크 사업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산업생태계 확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창업 지원 제도와 차별화한다.

아모레퍼시픽(뷰티), 이랜드(패션), CJ ENM(리빙)을 비롯한 대·중견기업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참여를 통해 스타트업이 대·중견기업과 협업하고 투자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터리 분리막 재활용 기술로 기능성 리사이클 소재 ‘텍스닉’을 출시한 라잇루트는 중견기업 헬리녹스와 함께 캠핑용 의자에 활용할 친환경 원단을 개발하고 있다.

스튜디오랩은 연간 2000개 이상 상세 페이지 제작이 필요했던 이랜드 브랜드 ‘스파오’에 AI 기반 자동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약진했다.


고현영 아모레퍼시픽 부장은 “스타일산업 신생태계 구축 취지에 맞게 디자인 전문인력을 지원받아 스타트업이 도약할 날개를 달아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타일테크 사업에 뽑힌 기업들은 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비바테크’와 미국 창업 선도 대학의 액셀러레이팅에 참가하는 것을 비롯한 해외 진출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반경화 젤네일 스티커라는 독창적인 상품을 보유한 화장품 스타트업 유유유유유는 지난 5월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에서 ‘로레알 R&I’ 루키 부스로 뽑히며 글로벌 명품기업 납품을 위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같은 관련 기관의 투자 유치도 다리를 놓아준다.

지난 6년간 뽑힌 115개사 중 51개사는 작년까지 누적투자 1203억원을 받았다.

추가 투자를 위해 지난 10월 아모레퍼시픽과 신세계 계열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티비티를 비롯한 스타일테크에 관심이 많은 회사·기관의 심사역들과 데모데이도 했다.


윤상흠 디자인진흥원장은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다수가 성장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진흥원은 스타일테크의 파급 효과와 글로벌 진출을 겨냥해 지난해부터 가구·주방용품을 비롯한 리빙 분야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재지원 제도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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