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직원 A씨는 2017년 3월 전북 익산시 소재 태양광 발전소를 배우자 명의로 인수했다.

2022년 12월까지 발전사업 수익금으로 거둬들인 돈은 2억4500만원에 달한다.

2022년 10월 A씨는 겸직 금지 의무 위반 혐의로 적발되자 처남의 배우자 명의로 발전 설비를 위장 양도했다.

한전은 올해 5월 A씨를 해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밀어주기'가 극에 달하면서 지역에선 '태양광 연금'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을 노리고 사업에 뛰어든 이들이 급증했다.

사실상 인허가 권한을 가진 한전 직원들이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한 '모럴해저드'도 판을 쳤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일부 직원들이 태양광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베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전은 전수조사를 통해 128명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징계가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면서 공직 기강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뤄진 징계 조치 58건 중 해임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고, 정직도 단 1건에 불과했다.

감봉 6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51건은 징계 수위가 견책에 머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대적인 적발에도 한전에선 올 들어 9월 말까지 31명의 겸직 금지 의무 위반 징계가 추가로 이뤄졌다.

이 중 2명은 과거 태양광 관련 겸직으로 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적발돼 올해 해임 조치됐다.


한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징계 기준을 강화했고, 올해 한 번 더 전수조사를 시행한 결과 추가 징계자가 발생했다"며 "올해 임직원 겸직 비위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경영진도 비위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겸직 비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공공기관은 한전뿐만이 아니다.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한전 외 공공기관에서 겸직 금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191명에 달했다.


솜방망이 처벌은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하게 이뤄졌다.

감봉·견책 등 경징계를 받은 인원이 150명으로 전체 중 78.5%를 차지했고, 중징계(정직·강등·해임·파면)를 받은 41건 중에서도 가장 수위가 낮은 정직(25건)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한전 임직원의 태양광 겸직 사례와 같은 이해 상충 문제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직원 B씨는 모친이 대표로 있는 방과후 활동서비스 제공 기관이 본인의 업무상 관리 범위 내에 있는데도 신고 의무를 위반하고 업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10월 해임 조치됐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직원 C씨도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 2곳에서 등기이사를 겸직하면서 해당 업체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C씨에 대한 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쳤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겸직 사례가 빈번하면서 도를 넘는 일탈행위도 적발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D씨는 눈썹 문신 시술을 부업으로 하다가 올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한국공항공사 직원 E씨는 다단계 판매 수당으로 2020년부터 2022년 말까지 3236만원을 수령했다가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한전에서는 올해 직원들이 중고차나 자격증 합격 노트 등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재직자들의 겸직 금지 의무 위반은 이해 상충 문제를 낳고, 사회적 의사 결정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며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공직 기강을 다시 점검하고, 겸직 금지 의무 위반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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