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서 충청도나 경기도의 인삼밭이 이제는 강원도로 올라오고 있어요. 기후도 변하고 병충해도 생기면서 좋은 인삼을 키워내는 게 점점 어렵습니다.
"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 일대의 한 인삼밭에서 만난 이주명 씨(43)는 "인삼은 6년 동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작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부와 부친에 이어 2004년부터 3대째 인삼 농사를 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삼의 주요 산지가 강원도로 북상하고 있다.
KGC인삼공사 정관장은 품종을 개량하고 로봇으로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홍삼의 생산성을 높이며 대응하고 있다.
유아동부터 청년층까지 맞춤형 제품군을 만들어 장기적인 소비층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도의 인삼 재배 면적은 2005년 1096㏊에서 2020년 1416㏊로 29.2% 늘어났다.
이상기후로 계속 평균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강원도 최북단은 쌀이나 배추뿐 아니라 인삼이나 사과 같은 작물이 점차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1980~2010년대 평균 전 국토의 84.1%에서 재배 가능했던 인삼이 2040년대에는 50% 선이 무너지고, 2090년대에는 5.1%에서만 인삼 농사가 가능해진다고 전망한다.
사실상 한국의 명물인 인삼은 미래에 사라진다.
KGC인삼공사는 더운 기후에도 적응할 수 있는 개량 품종을 만들어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삼은 수분과 햇빛, 병충해 등에 모두 민감해 키우기 어려운 작물이다.
정관장은 내고온성 품종 '선명'을 만들어 불량률을 줄이고 있다.
인삼밭에 설치하는 친환경 해가림시설 등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정관장은 수확철에 본사 직원을 밭에 직접 파견해 품질을 관리한다.
외국산 인삼을 몰래 들여와 섞거나, 계약재배하는 밭에서 캔 인삼을 몰래 빼내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인삼을 싣는 바구니와 포장용 케이블도 모두 식별장치를 부착해 철저하게 관리한다.
수확한 인삼은 공장에 넘어가 세척, 찜(증삼), 건조, 농축, 배합, 포장 등의 과정을 거친다.
정관장은 단계마다 기계를 사용해 자동화 공정을 구축했다.
자체 개발한 연속형 증삼 장비와 자동화 창고를 사용해 사람 손을 타지 않고도 완제품으로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농축·배합까지 마친 제품은 로봇팔에 의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박스 포장까지 끝난다.
유아동·청년 주력 제품도 다각화하고 있다.
최초의 스틱형 홍삼인 '홍삼정 에브리타임'에 이어 필름·앰풀 등 여러 형태로 출시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
유아동용 '홍이장군'도 연령별로 제품을 세분화해 인기다.
정관장 매출 중 20·30대 젊은 층 비중은 2012년 5%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5%를 넘어서고 있다.
고령화 속에 젊은 소비자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세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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