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에 파리 날린다고?...사라진 큰손들 ‘여기’ 줄섰다는데

베이징 SKP백화점 가보니
1층 루이비통·샤넬 매장엔
주말인데도 입장 대기 없어
손님 없는 매장도 ‘수두룩’

반값 할인마트엔 고객 붐벼
10위안 미용실도 대기해야

부동산·내수 침체에 직격탄
중국인 소비여력 크게 줄어

지난 20일 오후 방문한 중국 베이징 SKP 백화점의 돌체앤가바나와 구찌 매장 앞은 손님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조용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중국 최대 오프라인 쇼핑몰이자 베이징 최고급 백화점인 ‘베이징 SKP’. 손님들이 가장 붐비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주요 명품 매장마다 한산한 풍경이었다.


1층에 들어서자 손님을 기다리기가 지루했는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화장품 매장 점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화장품 코너를 지나니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디올 매장이 나왔다.

한국처럼 입장 줄을 선다거나 대기 예약을 받지는 않았다.

전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라는 SKP 샤넬 매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반값’ 할인마트 ‘핫맥스(Hot Maxx)’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매장을 둘러보는 내내 장을 보러온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객들이 밀려오면서 계산줄도 순식간에 길어졌다.

어림잡아 봐도 10m 이상은 됐다.


지난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프랜차이즈형 할인마트 ‘핫맥스(Hot Maxx)’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핫맥스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생필품과 음식료 등을 판매하는 중국 프랜차이즈형 할인마트다.

이 곳에서는 9위안(약 1730원)짜리 하이네켄 맥주 330ml 1캔을 절반 가격인 4.5위안(약 865원)에 판매한다.

원래 가격이 10위안(약 1920원)인 오리온의 포카칩도 여기서는 4.2위안(약 808원)에 판다.

이날 핫맥스를 방문한 손님 B씨는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여기에서) 싸게 팔고 있어 종종 쇼핑하러 온다”고 전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전이된 경기 하락 충격은 이처럼 베이징의 대표적 쇼핑몰에서 극명하게 확인됐다.


중국의 소비 여력을 상징하는 ‘베이징 SKP’에 즐비한 구찌, 프라다, 발렌시아가,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 매장은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지상 6층 규모의 이곳 매장은 인기 있는 소수 브랜드를 빼고는 상당수 매장이 점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명품 사랑으로 유명한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루이비통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은 3분기 매출이 3% 역성장(전년동기비)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감소하는 충격을 겪었다.

이에 대해 장 자크 귀오니 LVMH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본토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코로나19 사태 당시 사상 최저치와 다시 일치하고 있다”고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겪는 이유를 호소한 바 있다.


지난 20일 오후 방문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10위안 미용실’. 저렴한 가격으로 머리를 자르려는 손님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갈수록 독해지는 중국인들의 ‘짠물 소비’는 매장마다 손님들로 가득찬 ‘10위안 미용실’에서도 확인된다.

10위안 미용실은 두세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1인 미용실로, 단돈 10위안이면 몇 분 내에 머리를 자를 수 있어 특히 남성 고객들의 발걸음이 쇄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주택 구매자 매수 계약금 비율을 낮추고 호적 전입 규제 폐지 등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주택대출금리도 내렸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구환신(노후 제품을 새 것으로 교환)’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 오래된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경제 부처별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시장 눈높이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대 중후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1~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8%로, 연간 목표치(5% 안팎)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강력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재정부 산하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 원장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벼랑 끝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정부가 특별국채 발행을 예고한 점과 관련해 그는 “무조건 10조위안(약 1924조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국채 발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발행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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