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매일경제는 미국 대선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미국의 선택 2024' 기획을 시작한다.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 등 경합주를 찾아 생생하고 입체적인 뉴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미국 최고 수준의 정치 컨설팅그룹으로 꼽히는 BGR, 법무법인
율촌 입법전략팀과 공동 기획으로 미국 대선에 연동된 주요 산업별 분석을 시작해 한국 업계에 미칠 영향을 집중 조명한다.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경합주에서 사실상 '동률 행진'을 이어가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대선후보)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대선후보)의 승부는 '빅 텐트(BIG TENT)'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빅 텐트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유권자를 포괄한다는 의미 외에도 이번 선거의 막판 변수로 꼽히는 7가지 키워드를 담고 있다.
이들 키워드는 △흑인·히스패닉(Black & Hispanic) △산업·노조(Industry & labor unions) △젠더(Gender) △트럼프(Trump) △사전투표(Early vote) △네타냐후와 중동 위기(Netanyahu & Middle East conflict) △테일러 스위프트와 Z세대(Taylor Swift & Gen Z) 등으로 축약할 수 있다.
우선 흑인·히스패닉의 지지세는 변수로 꼽힌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계층인 흑인·히스패닉계의 민주당 지지 이탈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조지아와 같은 경합주에서는 흑인 계층의 이탈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 부통령을, 1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2020년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의 90%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몰표를 줬고, 당시 조지아에서 0.2%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는 점을 상기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조지아는 흑인 유권자 비중이 미국 전체 흑인 유권자 비율(약 14%)의 배가 넘는 30%에 육박한다.
애리조나·네바다 등 경합주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이 결정적이다.
NYT가 시에나대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한 히스패닉계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56%였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히스패닉계의 지지율은 2012년 70%, 2016년 68%, 2020년 62%였지만 이번엔 50%대까지 하락했다.
두 후보는 앞다퉈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에 대한 구애에 나서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일 조지아주 스톤크레스트에 있는 대형 흑인 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히스패닉 유권자 비중이 30%에 달하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유세에 나선다.
두 번째 키워드인 산업·노조 분야에서도 두 후보의 구애 작전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공약이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잇따른 친(親)노조 행보는 '러스트벨트' 지역 경합주들의 표심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지역 이슈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 셰일가스 추출공법 프래킹(수압파쇄)과 관련해 공방전이 펼쳐지는 것도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차원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동시에 미시간주를 찾았다.
미시간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는 노동자의 친구가 아니고, 파업 노동자를 대거 해고한 사람"이라고 비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많은 제조업을 되살리겠다.
우리는 결국 다른 나라가 아닌 이곳에 공장들을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이슈 역시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꼽힌다.
낙태권 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이슈가 이번 대선을 성대결로 끌고 가는 분위기다.
해리스는 여성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공화당을 지지해왔던 백인 여성 노동자층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CNN은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여성 노동자들이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네 번째 키워드는 트럼프 그 자체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 해리스' 구도라기보다는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함께 집회를 이어가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과 반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사전투표율을 보이는 것도 이번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15일 사전투표를 시작한 조지아에서는 나흘 만에 사전투표 참여자가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17일 사전투표 첫날 35만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등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중동지역의 위기는 이번 대선에서 유대인·무슬림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 측에서는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의 제거를 계기로 종전 혹은 휴전을 촉구하면서 무슬림 표심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대인 표심에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그(네타냐후)가 바이든의 조언을 들었다면 이스라엘은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인 Z세대의 표심은 마지막 키워드로 꼽힌다.
특히 젊은 층에 영향력이 큰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로 실체적인 영향력을 미칠지는 주목되는 부분이다.
18~27세 미국 유권자는 4200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발표된 하버드대 조사에서는 18~29세 유권자의 64%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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