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대국’이 어쩌다...서점 하루에 1곳 넘게 사라진다는 이 나라

고령화·디지털화로 ‘독서 인구’ 급감
서점 숫자 20년새 반토막
전자책 시장 8년간 4배 커졌지만
‘오프라인’서점 만의 매력 존재
지역 서점들 나름 자구책 강구

한일 국민 60% 1년에 책 한권도 안 읽어
‘한강 노벨상’ 효과 韓 독서 열풍 주목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서점의 모습. [EPA 연합뉴스]
전세계에서 3~4번째로 큰 출판시장과 국민들의 열독률로 ‘독서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최근 20년새 서점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 급증과 함께 주변에 서점이 없어 책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독서 난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과거에 상점가나 역 근처 등 도처에 널려있던 일본 서점들이 지금은 하루 한 곳 이상씩 전국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판 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국의 서점 숫자는 약 1만 900곳으로, 1년새 577곳이나 줄어들었다.

하루에 1.6곳 꼴로 사라진 셈이다.


일본의 서점 숫자는 20년 전 대비 절반으로 줄었으며, 총인구가 1억명을 밑돌 것으로 보이는 2050년경에는 지금보다 70% 급감한 3000개 정도만 남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현재 일본 전국 지자체에서 오프라인 서점이 단 한 곳도 없는 곳들은 약 28%에 달한다.

일본 전국적으로 40여개의 서점 체인을 운영하는 한 경영자는 “대형 상업 시설 내부가 아니면 서점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화로 전자 상거래를 통한 책 구매가 일상화 되면서 일본의 전자책 시장은 8년 동안 4배로 커졌다.

하지만 오프라인 서점 나름의 존재가치를 발견하는 이들도 많다.

한 지역주민은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에서는 얻을 수 없는 발견이 (오프라인 서점에는)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데 지난해 폐점했다 올해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문을 연 한 지역 서점은 책을 매개로 지역 주민들간 교류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일부 지역 서점들은 다목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인구 약 3만 명의 히로시마현 쇼바라시 외곽에 있는 한 서점은 서점 뿐 아니라 코인세탁소, 미용실, 에스테틱, 빵집 등이 함께 운영돼 지역 생활을 지지하는 ‘잡화점’으로 유명하다.


닛케이는 전국적으로 서점 숫자가 줄어든 요인으로 디지털화와 독서인구 감소 이외에 서점이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이에 최근에는 서점 주인의 개성을 반영한 ‘독립 서점’이 늘고 있으며, 출판 유통 대기업들도 개인 등이 서점을 쉽게 개업할 수 있도록 새로운 거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거대한 출판 시장과 함께 아직까지 조간과 함께 석간신문도 발행하는 신문사들이 상당수 존재할 정도로 전통 활자매체에 대한 열독률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올해 일본 문화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책을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는 인구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조사때보다 15%나 급증한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스마트폰 등 정보 기기에 시간을 빼앗겨서’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들의 종합독서율은 43%로, 역시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 모두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의 확산이 국민들의 독서율 급감과 직결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0일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후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독서열풍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한강의 작품 뿐 아니라 다른 도서들의 판매도 급증했고, SNS 등에서는 독서 모임 관련 게시물 수도 한달새 2배가 넘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 특수’를 맞은 출판업계도 오랜만에 활기를 띄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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