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히고 미분양 눈덩이, 올해만 24곳 무너졌다”…생사기로 선 중소건설사

부도 건설업체 2019년 이후 최다
폐업도 작년동기 比 35% 급증
“지원책 마련 시급”

빨간불이 켜진 신호등 뒤로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김호영 기자]

“요즘같은 보릿고개는 처음”
전남 지역의 한 중소 건설사 대표의 말이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의 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견·중소 건설사들 적지 않다.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자금력 측면에서 열악한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비용 투입이 적은 지방 위주로 사업을 하다보니 집값 하락에 따른 미분양 적체로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21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해들어 9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4곳(종합건설사 8곳·전문건설사 16곳)이다.

이는 1~9월 기준으로 2019년(42곳)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간(11곳)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늘었다.

작년 한 해 총 부도 업체 수(21곳)도 넘어섰다.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종합건설사 357곳, 전문건설사 1536곳이 문을 닫는 등 총 1893곳이 폐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상황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 적체 문제가 지속된 영향도 크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9월 전국 1만6461가구로,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도권은 2821가구로 8월 대비 2.7%(79가구) 줄었지만, 지방은 1만3640가구로 3.8%(502가구) 늘었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올해 아파트 인허가·착공 실적 감소에 따른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에 수도권 분양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지방은 침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자금 유동성이 취약한 지방 중소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폐업 건설사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중견사인 남양건설(시공능력평가순위 127위)은 올해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보다 앞서 5월에는 부산지역 최장수 건설사 익수종합건설이 부도가 났다.

이 업체는 부산·경남을 축으로 중견업체로 성장했지만, 지역 부동산 침체에 결국 문을 닫았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시행사로 불리는 개발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자로 평가받는 DS네트웍스 계열사인 DS산업개발은 최근 건축공사업 폐업 신고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DS네트웍스는 2020년 2월 시공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DS산업개발를 설립한 바 있다.


청약시장에서 대형 건설사와 중소·중견 건설사에 대한 수요자의 선호도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 3만3311가구(63개 단지)에 청약통장을 쓴 수요자는 26만8978명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8.07 대 1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중견 건설사가 공급한 2만7632가구에 청약한 수요자는 10만9916명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3.98 대 1로, 10대 건설사 경쟁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개선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1조원가량 적게 책정돼 중소·중견 건설사의 먹거리가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저리 대출과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확대 등 건설 경기 부진 탈출을 돕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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