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또 추락할 뻔”…모의 비행훈련 직접 해보니 ‘아찔’ [체험기]

이스타항공의 B737-8 FTD. [안서진 기자]
“방금 또 추락할 뻔했어요. 이렇게 운전하시면 안 됩니다”
운전과는 누구보다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역시는 역시였다.

자동차 운전 못지않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비행기 운전은 예상보다도 훨씬 어려웠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쿠쿠마곡빌딩에 위치한 이스타항공의 비행훈련장치(Flight Training Device·FTD)를 활용한 교육 현장. 기자의 처참한 운전 실력을 본 교관은 비행기를 결국 자동 운전 모드로 전환했다.

잔뜩 긴장한 채로 부여잡고 있던 요크(조종간)를 슬며시 내려놓자 탄식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훈련도 실전처럼…FTD로 안전운항 대비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훈련센터에서 비행훈련장치(FTD) 체험하고 있다.

[안서진 기자]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낫네’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을 때쯤 이륙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이륙은 직접 수동으로 운전을 진행했다.


이륙 전 미리 조작해야 하는 버튼도 수십 개다.

이·착륙시 조종사가 바빠지는 이유다.


결국 다시 잡은 요크. 저 멀리 검은 점처럼 보이는 제주공항 활주로를 향해 고도를 낮추고 속도를 줄이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자 창문 너머 빠르게 움직이던 건물들도 이내 멈춰섰다.

4D는 아니었지만 120도 광각의 4K 레이저 비주얼 스크린과 실제 항공기 시스템과 유사한 소프트웨어가 적용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스타항공이 운용중인 B737-8의 조종석과 동일하게 구현된 비행훈련장치(FTD). [안서진 기자]
이날 훈련은 보잉 최신 기종인 B737-8에서 진행됐다.


이스타항공은 올 상반기 운항 승무원의 훈련 품질 향상을 위해 FTD 두 대를 도입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B737-8과 B737-800 기종의 FTD 각각 한 대씩이다.


항공기 시뮬레이터의 종류는 훈련의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FFS(Full Flight Simulator)급과 FTD급으로 구분된다.


FFS는 실제 항공기에서 행하는 대부분의 훈련을 수행할 목적으로 제작되는 시뮬레이터로 조종석 계기, 창밖 시계 영상, 조종 입력에 따른 움직임 등에 의해 비행의 느낌을 충실히 재현해 낸다.

비행기의 소음, 진동, 충격까지 전달해 실제와 같은 생생함을 전달하지만 가격 부담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이날 교육을 담당한 공건영 이스타항공 운항훈련팀 교관은 “실제 항공기를 이용해서는 화재,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할 수 없지만 항공기 시뮬레이터를 통해서는 모든 것을 미리 연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관은 “특히 모든 항공사가 FTD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자사 조종사들의 경우 타사 대비 더욱 자주 그리고 다양한 훈련에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의 B737-8 FTD에서 야간 운항을 체험하고 있다.

[안서진 기자]

실제 이스타항공의 FTD를 활용, 항공기 엔진 고장과 윈드시어(급변풍) 등 비행 중 발생 가능한 약 100여 개 이상의 비정상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설정에 따라 날씨는 물론 아시아·유럽·미주 등에 위치한 공항 70여 곳을 배경으로 훈련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조종사들은 돌발 상황 발생시 조치 능력을 향상해 항공기 안전 운항에 앞장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모든 운항 승무원들은 자격 유지를 위해 연간 2회의 시뮬레이터 훈련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FTD를 적극 활용해 운항 승무원의 비행 능력과 상황별 대처 능력을 높이고 양질의 조종사를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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