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교체시 크레딧 제공 조치
경합주 애리조나에 국한해 적용
‘공화당 텃밭’ 텍사스는 언급없어
펜실베이니아 기업들 목소리커져
바이든, 이번주 미시간서 경제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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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가속화를 위한 추가 조치에서 미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묘한’ 차별이 감지되고 있다.
대선 ‘경합주’ 애리조나에 둥지를 튼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조치의 수혜를 입게 된 반면,
삼성전자가 공장을 둔 ‘공화당 텃밭’ 텍사스는 대상지역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백악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가속화할 수 있는 추가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바이든 표’ 환경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에 대응한 성격이 짙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를 취임 첫 날 끝내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바이든 정부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치가 포함됐다.
첫째는 미국 공공 토지에 대한 재생에너지 부지 선정·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번째 조치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청정대기 크레딧’ 제도에 새로운 상쇄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차량을 보유한 기업은 디젤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거나 개조했을 때 크레딧을 제공받을 수 있다.
미국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크레딧이 있으면 해당량 만큼의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
이 크레딧은 다른 기업에 매각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애리조나주의 매리코파 카운티에만 조건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이 반도체 공장을 둔 곳이다.
백악관은 “미국 반도체 제조의 중심지인 매리코파 카운티는 미국의 미래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장을 계속 건설하고, 주민들은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팹이 있는 텍사스주에 대한 언급은 이번 조치에서는 없었다.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바이든 정부의 탄소배출 규제는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를 부분적으로나마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인 애리조나에서만 시행되게 된 셈이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환경’이라는 대표 정책을 밀고 가면서 자신의 ‘치적’으로 꼽히는 반도체 기업의 애로점도 해결하고, 경합주의 표심도 다지는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조치였다.
이번 대선에서는 경합주에 속한 기업들의 뉴스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추진하면서 13억달러(약1조74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곳 노조는 표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주에 문제를 제기한 웨스팅하우스의 사례도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캐나다계 사모펀드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가 최대주주지만, 본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동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다음달 6일에는 미시간주를 방문해 산업 육성과 노조 지원과 같은 자신의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에 투자(Investing in America)’ 정책이 어떻게 미시간 전역에 혜택을 줬고, 미국인들의 더 밝고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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