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현대그린푸드 ‘미트 샘플러’
31살 바이어와 40년 경력 축산장인 협업
한우 9개 부위 맛보는 ‘쇠고기 MBTI’
부위별 풍미와 추천 시식순서까지 제공
모든 축산 총괄하는 ‘미트 마이스터’ 눈길
“비싼 소고기를 골고루 맛보면서 각자 입맛에 맞는 부위를 찾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종의 ‘쇠고기 MBTI’라고도 할 수 있죠.”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가 손잡고 출시한 ‘미트 샘플러(Meat Sampler)’를 직접 만든 이들의 설명이다.
주인공은 김석홍
현대그린푸드 축산 가공 기능장(미트 마이스터)과 강우재
현대백화점 축산 바이어. 이들은 40년 가까운 경력차와 각기 다른 소속에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힘을 합쳤다.
이들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백화점에서 파는 고기는 비싸고 접근이 어렵다는 인상이 있다”며 “한 부위를 200~300g씩 살 필요 없게 해서 한우를 좀더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트 샘플러는 구이용 한우 9개 부위를 60g씩 모아 구성한 종합세트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등심·안심·치마살·부채살뿐 아니라 안창살·살치살·채끝살·새우살·제비추리 등 특수부위까지 모두 모았다.
특수부위는 따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부위당 60g이면 구웠을 때 2~3점이 나온다.
2명이서 미트 샘플러 하나면 든든한 식사가 가능하다.
다른 식사와 곁들이면 더 여럿이서도 즐길 수 있다.
미트샘플러는 1등급 암소 한우 중에서도 24~30개월 연령, 2~3회 산차(임신·출산 횟수)만 엄선했다.
현대백화점 전 점포의 현대식품관 정육코너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 이 정도의 한우를 맛보려면 수십만원 이상 드는 현실적인 부담도 고려해 가격도 합리적으로 맞췄다.
여러 부위를 조금씩 먹을 수 있게 한 대신 13만원으로 선보였다.
현대백화점그룹 통합멤버십 H포인트 내 특화 멤버십인 ‘클럽 육학다식’에 가입하면 9만9000원으로 만나볼 수 있다.
왜 구이용 한우를 샘플러로 구성했을까. 올해 31살인 강 바이어의 아이디어다.
일상 속 작은 사치를 누리는 ‘스몰 럭셔리’가 유행을 타면서 젊은층에서도 한우를 맛보려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꿰뚫어봤다.
MBTI를 필두로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는 샘플러 방식이 최적이라는 판단이었다.
강 바이어는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뒤 지난 2020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청과·생선·정육 등 신선식품을 두루 거쳤다.
정육을 맡게 된 뒤에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도 딸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단순 지식이 아니라 쇠고기 감별, 발골까지 직접 해보면서 감을 익혔다.
강 바이어는 미트 샘플러의 패키지를 위해 화과자 케이스를 떠올렸다.
그는 “백화점 본사 디자인팀과 협의하면서, 방산시장 등에서 박스 샘플을 다 찾아보면서 패키지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고기의 품질은 김 마이스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했다.
1985년부터 일을 시작해 올해로 40년 경력이 된 그는
현대그린푸드 안에서 ‘살아있는 전설’이다.
미트 마이스터는
현대백화점 전 점포의 정육코너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소속 전문 정육기술사들을 총괄하는 수석 기능장이다.
백화점 16개 점포와 육가공센터를 모두 아우르는 최고의 기술사로, 업계에서는 유일한 직책이다.
일반 직원을 거쳐 부실장을 20년, 실장을 10년 이상 해야 마이스터가 될 수 있다.
평소에는 각 점포를 돌며 직원들의 고기 선별과 손질, 진열을 교육한다.
모든 점포에서 일정한 품질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방식이다.
김 마이스터는 “샘플러에 들어가는 고기의 품질 관리와 부위 선별을 담당했다”며 “어떤 부위는 어떤 풍미가 있고, 어떤 순서로 먹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샘플러에 들어가는 ‘테이스팅 가이드’ 작성도 총괄했다.
테이스팅 가이드는 각 부위별 맛의 특징과 추천하는 시식 순서를 적어둔 메모다.
처음에는 안심·치마살을, 그 다음에는 마블링이 많은 부채살·채끝살을 먹고, 마지막에는 육향이 진한 안창살 등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김 마이스터의 검수 아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들이 수차례 모여 시식을 하면서 가이드의 객관성을 높였다.
김 마이스터는 “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업계의 품질 관리 기준을 선도하는 1등 주자”라며 “
현대그린푸드의 식품위생연구소가 한우 DNA 검사를 진행하고, 마이스터 주도 아래 가공과정을 정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마이스터와 강 바이어는 미트 샘플러에 대해 “40년 경력의 전문적인 기술로 다져진 품질과, 30대 초반 백화점 바이어의 세련된 감각이 결합됐다”며 입을 모았다.
미트 샘플러는 지난 4월 정식 출시 전 시범 판매 때부터 초도 물량 200개가 보름 만에 완판되는 등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통상 한우 세트 구매가 명절에 몰리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샘플러는 타인을 위한 선물에도 적합하지만, 특성상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에 쓰기도 가성비가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세련된 패키지도 젊은층의 이목을 끄는 데 한 몫을 했다.
강 바이어는 “소용량으로 나눠 정성스럽게 포장하기 위해 화과자 상자에서 착안한 패키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6일에는 돼지고기로 만든 돈육 샘플러를 추가로 출시했다.
미트 샘플러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콘셉트로 제품군을 확장해 소비자들의 수요를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