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썰물처럼 빠지는 외국자본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에서의 '탈중국' 추세와 맞물려 중국에서 외자 유출이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제조업 부문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을 모두 없애는 등 외자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추기로 했다.
2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총리는 19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고 '외국 기업 투자 접근에 관한 특별관리 조치'(2024년판)와 '서비스 무역의 질적 발전 촉진' 등 4개 문건을 의결했다.
리 총리는 19일 회의에서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을 더 완화하고 제조업 부문에선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 조치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최적화하고 외국 기업인의 합리적인 요구에 적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중소기업 육성 △재정 및 조세 등 정책 조정 △5개 신규 원전사업 승인 등도 결정했다.
외국 기업 투자 접근에 관한 특별관리 조치는 그간 꾸준한 규제 해소를 통해 외국인의 진입 제한을 완화해왔다.
제조업은 출판물 인쇄, 한약차 가공 기술 등 일부 분야에서 지분 통제 및 투자 금지 조치가 남아 있었다.
19일 이뤄진 의결로 이 같은 미세한 규제 조치까지 완전하게 척결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평가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폐지할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외국인이 중국에 투자할 때 합작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식의 규제 등이 해당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리 총리의 발언은 중국 내 외자 유출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과 연관이 깊다.
지난달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동기보다 29.6% 감소했다.
지난 6월(-29.1%)보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32.6%) 이후 최저치다.
중국 FDI는 지난해 6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4개월 연속 하락폭을 키우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외자 유출도 상당하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중국 증시에서 외자는 유입보다 유출이 많다.
지난 6월 초부터 중국 본토 주식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20억달러(약 16조원) 이상을 거둬들이면서 외자 흐름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기준으로 중국 증시에서 외자 순유출을 기록할 수도 있다.
2014년 외국인이 중국 본토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거래)과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 제도를 시행한 이후 연간 외자 순유출은 없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주요 데이터를 최근 비공개로 전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증시로 유입되는 외자 거래의 일별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속되는 외자 유출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은 3.85%, 1년물 LPR은 3.35%로 각각 유지된다.
해외보다 금리가 낮아지면 중국 내 외자 유출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블룸버그는 "미국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달 금리를 낮춘 만큼 중국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베키 류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 거시경제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한 달 전 LPR을 내렸기 때문에 또 인하하기에는 시기가 일러 동결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고 말했다.
판궁성 인민은행장도 지난주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인 '5% 안팎'을 달성한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조치는 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