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비효율 사업·부동산 움켜쥔 한국인 … 투자수익 갉아먹는다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필자는 투자운용 전문가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 오너들과 슈러리치들이 자산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들은 투자에 성공한 사례와 후회한 사례를 후일담으로 종종 들려주곤 했다.


오너들의 배경은 천차만별이었음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거의 모든 오너들은 투자 성적표가 저조했고, 향후 전망이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산을 매각해 더 나은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대규모 비즈니스를 소유한 가문은 주된 가업, 자회사, 회사 건물을 비롯한 전략적 부동산 등을 핵심 자산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성과가 정체된 비핵심 자회사나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통상 상속받은 자산이나 개인적으로 결정한 투자의 경우 저조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매각하기를 어려워한다.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비효율적인 소규모 자산들이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은 정신적·감정적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성과가 저조한 자산을 계속 보유하게 되는 경향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 자산을 매각하고 다른 투자 대안을 찾기 위한 철저하고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둘째, 투자 자산에 대한 정서적 애착이나 손실 실현에 대한 두려움, 즉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연구한 이른바 '행동편향'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유한 것을 과대평가한다.

더 나은 기회에 투자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현명할지라도 그 자산을 손해보고 매도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 같은 행동편향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손해 보는 주식을 너무 오랫동안 보유하는 탓에 저조한 성과를 보인다.


한국 기업 오너와 개인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재검토하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난 10년간 가치가 두 배로 증가하지 않았으며 향후 10년 동안에도 두 배로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식별하고 이를 매각하는 것이다.


좋은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면 글로벌 주식과 채권으로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두 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의 기업 오너 일가가 어떤 회사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1990년 이후 국내 상장사 평균 시가총액은 5.5배 증가했다.

이는 매 10년 63%씩 상승한 셈이 된다.

또한 한국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같은 기간 8.1배 증가했다.

10년마다 83% 상승했다는 뜻이다.


반면 글로벌 주식과 우량 채권을 각각 60%와 40% 비중으로 분산한 포트폴리오는 같은 기간 총 20배 증가했다.

이는 10년마다 평균적으로 138% 상승한 수준이다.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모든 수익률은 한국 원화 기준).
10년마다 발생하는 사소한 수익률 차이가 수십 년간 복리로 누적되면 큰 폭의 차이로 이어진다.

10년마다 가치가 63% 올랐을 경우 1990년 이후 현재까지 5.5배 상승을 기록한 셈이 된다.

반면 10년마다 138% 증가했을 경우엔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가치가 20배 상승하게 된다.


만약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재투자하는 대신 평균 수준의 본업, 자회사, 혹은 국내 주식을 보유하기로 결정했다면 매우 큰 폭의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역사적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35년 동안 10억원의 투자 원금이 국내 주식으로는 55억원이 되는 반면 글로벌 포트폴리오로는 200억원으로 불어난다.

성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역사가 항상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성장 잠재력은 전 세계 인구 증가, 세계 최고 기업의 이익 성장, 선진국 시장의 적극적인 주주 가치 제고와 같은 근본적 성장 동력 요인에 기반한다.


이 같은 요인들은 직전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 주식의 가치를 성장시켜 왔으며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내 투자에만 집중할 경우 유사한 수준의 상승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유동성 높은 글로벌 포트폴리오 투자를 선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먼저 장기 보유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개인들은 주식을 오래 보유한 경험이 적다.

대신 주식 투자를 단기 트레이딩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국 부정적인 경험과 리스크가 높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견조하게 운용되는 글로벌 주식·채권 분산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때 장기 투자자는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은 흔히 시장에서 매수·매도 타이밍을 맞추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시장에서 투자를 지속하지 않을 경우 장기 성과 측면에서 매우 큰 기회비용을 치를 수 있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에 일단 투자를 했다면 늘 나타나는 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에 1980년 당시 1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가치는 144달러를 상회한다.

이때 매 10년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였던 열흘을 놓치게 된다면 그 1달러는 현재 겨우 13달러에 불과해진다.

이는 144달러 대비 약 90% 낮은 수준이다.

단 며칠을 놓친 것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장기 수익을 놓친 셈이다.


분산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대신 투자자가 직접 고른 개별 종목, 혹은 증권사가 추천하는 종목에 추천하면 어떨까. 주변 지인이나 가족이 엔비디아, 테슬라, 또는 다른 종목을 이른 시점에 매수해 보유했다는 성공담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일단, 최고의 투자 전문가들도 어떤 주식이 성공할지, 어떤 주식이 망할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또한 주식 투자에 베팅할 때 사람들은 보통 전 재산을 투자하지 않고 소액을 투자한다.

즉, 해당 투자가 성공하더라도 전체 보유자산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특정 종목이 아닌 여러 주식과 시장에 걸쳐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시장 전체의 성장에 의존한다.

따라서 성과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분산 투자는 투자자들이 자산을 오랜 기간에 걸쳐 보유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들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부의 상당 부분을 이 성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이 전략은 개별 주식을 선택해 투자할 때보다 성과가 좋다.


마지막으로 투자 여정에 있어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 투자자들은 자산 비중이 편중돼 있고, 관리가 번거로우며, 유동성이 없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종류의 투자는 부유한 사람마저 불안하게 할 수 있다.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또 다른 이점은 미국 달러에 대한 투자다.


전 세계 주식 가치의 60% 이상이 미국에 있다.

그렇기에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면 달러 표시 자산에 큰 비중을 둘 수 있다.

달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통화다.

국가 간 결제나 투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다양한 요소가 달러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함,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신뢰성, 미국 법률 시스템의 안정성, 글로벌 금융 시장의 문지기로서 미국의 역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은 사실은 외환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달러는 지난 20년 동안 다른 모든 주요 통화와 비교해 가치가 상승했다.

또한 달러는 금융위기 기간 신뢰할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지난 30년간 발생한 다섯 차례의 주요 금융시장 혼란기 동안 미국 달러는 한국 원화 대비 평균 50% 이상 상승했다.

IMF 외환위기 때 달러가 원화 대비 150% 이상 상승했고, 리먼 사태 때는 60% 이상 올랐다.


글로벌 분산 포트폴리오는 인내심을 가진 장기 투자자가 부를 증식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 방법 중 하나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정체된 투자 자산을 처분하고 미래를 위해 올바르게 투자하는 가문, 비즈니스 오너, 지주사, 개인투자자들은 향후 30년간 가장 성공할 것이다.

성장이 저조한 자회사, 유산으로 상속받은 부동산, 오래된 주식이나 펀드처럼 성과가 저조한 자산은 부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모든 투자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보유 자산을 정기적으로 검토할 스케줄을 설정해야 한다.

가령 1년에 한 번씩 살펴보는 식이다.

그다음 성과가 저조한 자산을 식별하고 성과 부진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 판단해야 한다.

분석 과정 동안에는 자기 자신에게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에만 국한해서도 안 된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 가치의 약 2%에 불과하다.

글로벌 성장세와 투자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더 많은 기회비용을 초래한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신뢰하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투자·세무 상담가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


이 같은 실천 단계를 따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단지 계획과 이를 실행할 의지만 있으면 된다.

뱅가드 창립자인 존 C 보글은 "성공적인 투자는 몇 가지만 제대로 실행하고 심각한 실수는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성과가 보다 확대되기를 원한다면 지금 행동에 옮기길 바란다.



오하드 토포 회장
극소수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TCK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다.

TCK는 서울과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토포 회장은 저명한 사업가 가문과 기업 자산을 24년 동안 관리해왔으며 2013년부터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했다.




[오하드 토포 TCK 설립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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