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되면 골치 아픈데…‘가시밭길’ K-배터리 전망 알아보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미국의 산업정책 변화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트럼프 리스크가 아시아 배터리 제조업체들을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붙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산업연구원도 한국 배터리 업체가 IRA의 효과로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오를 경우 투자 위축과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축소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저렴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IRA이 녹색 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IRA는 미국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생산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에서 시행됐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까지 주어진다.

세액공제에는 한도가 없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SK온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AMPC를 반영하면서 실적을 방어했다.

AMPC 규모는 각각 1889억원, 467억원, 3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42.4%로, 전년 대비 6.2%포인트(p) 올랐다.

일본(40.7%)을 제쳤다.

한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내 총생산 규모는 지난해 117기가와트시(GWh)였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IRA에 적합한 투자를 단행해 온 결과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제조공장 건설에 주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세 번째 공장 건설에 착수한 바 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와 2곳, GM과 1곳을 계약하고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온은 테네시주에서 포드와 손잡고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공장.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일시적 수요 정체와 글로벌 고금리에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트럼프 재집권으로 IRA 지원 규모까지 축소된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고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공장과 미시간주 공장 건립을 일시 중단했다.

GM이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20만~25만대로 당초 계획(40만대) 대비 대폭 줄이면서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낸 SK온의 흑자 전환도 험난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CNN은 IRA 도입 후 확정 발표된 투자액 3460억달러(약 480조5940억원)이 대부분 공화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배정돼 있다며 지역구 의원들이 트럼프의 뜻대로 지역구 의원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리라고 예측했다.


FT는 트럼프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새로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의 정책을 극적으로 뒤엎을 확률이 낮다고 관측했다.


복수의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수요가 감소하게 돼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가 흔들릴 수 있는 건 맞다”면서도 “트럼프가 지역구 의원들을 무시하고 IRA를 철폐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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