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2기 시작을 앞두고 중도파 연정과 극우파의 대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파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수장 격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기 지도부 구성 협의 과정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순탄하지 않은 5년을 예고했다.
EU 27개 회원국은 27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차기 행정부를 포함한 주요 지도부 인선을 마무리하고, 차기 전략적 의제를 선정했다.
이번 회의는 유럽의회 전체 720석 중 399석(55%)을 차지한 중도파 연정이 주도했다.
유럽의회 1∼3위 정치 그룹인 중도 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을 중심으로 독일·프랑스·스페인·폴란드·그리스·네덜란드 정상이 참여했다.
연정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2기에 합의하고,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를 각각 후보로 지명했다.
과반을 확보한 연정의 결정인 만큼 정상회의에서 그대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선전했지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우파 그룹에서는 벌써부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내심 지도부 구성에 일정 지분을 기대했지만 사전회의에도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우파의 리더 격인 멜로니 총리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좌파 일색의 인선이라며 곧바로 불만을 표출했다.
먼저 멜로니 총리는 26일 이탈리아 하원 연설에서 EU 지도부 협상에 대해 '밀실, 비민주적 합의'라고 비난했다.
그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지지율이 증가한 정당들이 EU 고위직 협상에서 고려됐어야 한다"며 "취약한 다수의 논리를 강요하는 것은 다른 것을 우선시한다는 뜻으로 유럽에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오르반 총리는 "포용 대신 분열의 씨앗을 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이탈리아와 헝가리가 중도파의 결정을 문제 삼아 지도부 구성에서 극우파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공식적인 2기는 다음달 유럽의회 표결에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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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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