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격화돼 글로벌 무역 시장이 둘로 쪼개지면 한국의 지출 규모가 최대 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출 규모가 작아지면 생산이 줄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비도 감소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정치·경제적으로 딜레마 관계인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한국 경제의 경로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세미나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예상준 부연구위원과 김현수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의 거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이 후원해 열린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예 부연구위원은 주제 발표문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양국을 주축으로 하는 경제 블록이 형성되는 방식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구성될 경제 블록은 향후 참여국들 범위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중심 블록에 미국, 멕시코, 캐나다만 참여하는 경우다.

이때 한국은 미국 블록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무역활동을 할 수 있다.

무역구조 변화에 따른 손익은 국민총지출(GNE)의 증가율로 계산되는데 GNE는 0.3%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GNE는 한국 사람들이 소비하는 모든 지출의 합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블록에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영국, 호주, 유럽연합(EU)까지 동참하는 경우다.

이 경우 한국의 GNE 증가율은 0.7%로 전망됐다.

즉 미국 블록과 중국 블록이 무역분쟁을 겪더라도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반사이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블록에 한국, 일본, 인도가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다.

이때 한국은 중국 블록과의 무역비용이 150% 이상 늘어나 타격을 입게 되고 GNE는 단기적으로 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역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GNE 감소율은 2.2% 정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예 부연구위원은 "향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블록의 참여 범위와 미·중 무역전쟁의 강도가 정해질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국제무역 질서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어 여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선택의 순간을 대비해 우리나라도 점진적인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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