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강하게 견인해온 소비지출의 냉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고금리 정책이 2년여 만에 경제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 경제분석국(BEA) 자료를 인용해 미국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이 지난해 6월 5.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해 올해 4월에 1.0%까지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 1%는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4월 미국 개인 저축률은 3.6%를 기록해 역시 1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팬데믹 기간에 대량 살포된 현금이 바닥난 영향이다.

고물가에 갑자기 씀씀이를 줄이지 못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신용카드와 다른 금융 대출에 의지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개인소비는 같은 달 전월 대비 0.1% 감소해 시장 전망(0.1%)을 하회했다.

상품 소비가 많이 줄었고 서비스 지출도 약해졌다.

특히 수요의 원동력인 임금 상승률이 둔화했다.

소비는 미국 경제에서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지난 4월 개인소득은 전월 대비 0.3%, 개인지출은 0.2% 증가했다.

3월에는 각각 0.5%, 0.7% 늘어났기 때문에 한 달 전과 비교해 개인소득과 개인지출 증가율이 모두 둔화했다.


앤드루 홀런호스트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관계자들은 소비지출이 어느 정도 냉각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고 볼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 신호를 보이는 것은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통화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차가 있음을 감안하면, 2022년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후 약 2년여 만에 본격적으로 하강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연준이 가장 중요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 4월 전월 대비 0.2% 증가해 전달(0.7%)보다 크게 둔화했다.


아울러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도 경기 냉각을 확인했다.

1분기 성장률은 종전 속보치 1.6%에서 수정치 1.3%로 하향 조정됐다.

소비지출 둔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2분기 성장률 전망을 2.7%에서 1.2%로 낮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인플레이션보다 걱정해야 할 것이 경기 둔화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기업 실적을 보면 소비자들이 재량 소비재보다 생필품 위주로 소비하고 있으며, 고소득층마저 할인 상품을 찾으면서 월마트나 저가 할인점인 달러제너럴의 매출이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과 시장은 오는 7일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과 실업률 등 새 일자리 보고서가 향후 노동 시장의 방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 시장의 냉각까지 확인되면 경제 하강이 더욱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영(EY)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시장 모멘텀 둔화는 계속해서 소득 성장을 제한하고 저축 감소와 부채 부담 증가 속에 소비를 자제하게 만들 것"이라며 "가격 민감도를 감안할 때 가계지출 모멘텀은 갈수록 냉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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