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제주도·경주시, 외교부에 유치신청서 접수
서면·현장실사 등 앞두고 전략적 대응에 차이 보여
인천시·경주시, 전략노출 우려해 세부 내용 덜 공개
제주도, 지사가 직접 나서 회의 개최 최적지 세일즈
선정 기준 배점 등 깜깜이 평가에 대한 지적도 나와
외교부 “정량적으로만 판단하면 대도시 쏠림 우려”

지난 19일 제주도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한 직 후,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회의 유치 당위성과 경쟁우위를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

예상대로 인천시와 제주도, 경북 경주시가 20년 만에 한국에서 치러지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3개 도시는 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유치 지원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한 뒤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와 경주시는 전략 노출을 우려해 세부 내용과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는 반면, 제주도는 도지사가 직접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26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인천시와 제주도, 경주시는 지난 19일 외교부 2025년APEC정상회의준비기획단에 APEC 정상회의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천시와 경주시가 제출한 신청서류는 증빙자료를 제외하고 약 400 페이지, 제주도는 330페이지에 달한다.


3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수도권에 있는 인천시는 APEC이 경제협의체인 성격을 고려해 국내 최대 경제자유구역 보유, 투자유치 활성화 등 경제 분야에 특화된 도시임을 강조했다.


유일한 기초단체인 경주시는 공모 기준에 가장 적합한 도시란 점을 강조했다.

국내 대표 관광지답게 APEC 정상 외에 동행한 관계자들이 묵을 수 있는 콘도·리조트 등이 풍부하고, 숙박지와 회의장이 3km 내에 있어 경호에도 유리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경주보문단지에서 전 일정 소화가 가능해 민간에 불편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5년에 이어 20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제주도는 탄소중립·그린수소 상용화 등 APEC 가치와 통하는 신산업을 경쟁우위로 꼽았다.


일단 3개 지자체의 출사표는 이 같은 큰 그림을 배경으로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계획에 대한 개방 수위는 향후 경쟁 레이스를 고려한 듯 온도 차를 나타내고 있다.


인천시와 경주시는 유치 신청서 접수 이후 별도 보도자료를 내거나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으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달 본격화할 현장 실사, 프리젠테이션 등을 앞두고 과도한 전략 노출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략 노출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대외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 호소하는 세몰이보다 선정 위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실용적 대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제주도는 오영훈 지사가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며 유치 공세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오 지사는 유치지원서 접수 직후 “제주도는 정상회의 개최에 적합한 환경, 풍부한 국제회의 경험, 다채로운 문화·관광 자원, 안전한 보안·경호 여건 등 APEC 목표와 제주가 추구하는 미래 비전이 일치하는 곳”이라면서 “글로벌 협력 논의의 최적지”라고 직접 세일즈했다.


그는 “제주는 APEC 개최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경제·문화·외교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지”라면서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서 제주의 강점과 개최 당위성을 부각하고 선정 위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깜깜이식’ 평가를 지적하며 정치적 판단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지된다.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를 공모하면서 평가기준으로 개최 목적 및 기본계획 명확성, 국제회의에 부합하는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 및 지역발전 기여도 등 4개를 제시했다.

이 기준은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공모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이번에도 각 기준에 대한 배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시원한 답이 없어 지자체들은 깜깜이 속에 유치 지원서를 작성해야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정량적으로만 판단하면 대도시 쏠림 우려가 있어 정성과 정량을 복합하는 방식이 균형적일 수 있다고 봤다”면서 “2005년 때도 비공개로 했다”고 말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는 유치신청서 심의, 후보도시 현장실사, 프리젠테이션 등의 평가과정을 거쳐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다음 달 후보 도시 현장 실사, 유치계획 설명회 등을 거쳐 6월께 최종 개최도시를 선정한다.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설립된 APEC은 총 21개 회원국이 모이는 연례 회의로,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이후 20년 만인 2025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된다.


2025년 APEC 의장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연말 비공식고위관리회의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200회 이상 각급 회의가 열린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에서는 약 1주일간 정상회의 행사가 열리고, 고위관리회의 등 다양한 회의가 연중 진행된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 평가 기준.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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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개최도시 선정계획 공고
4월 19일=유치신청서 접수 마감
4월 중=서면 심사 및 후보 도시 선정
5월 중=후보 도시 현장실사, 도시별 유치계획 설명회
6월 중=개최도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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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외교부,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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